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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요리, 진짜 사시미를 능가할까?

흑백요리사 반전 메뉴 ‘비건 스시’의 비밀 레시피를 파헤치다

이선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01 [16:52]

비건 요리, 진짜 사시미를 능가할까?

흑백요리사 반전 메뉴 ‘비건 스시’의 비밀 레시피를 파헤치다
이선영 기자 | 입력 : 2024/11/01 [16:52]

 

▲임희원 셰프의 베지테리언 사시미, 베지테리언 후토마키 (사진 : 넷플릭스)

 

전 세계적으로 비건 요리가 주목받는 가운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임희원 셰프가 선보인 비건 사시미가 화제다. 채식 재료만으로 생선회의 맛을 재현한 이 요리는 안성재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임 셰프는 어떻게 채식 재료만으로 해산물의 맛을 낼 수 있었을까?

 

미각적 착각의 과학: 비건으로 사시미 맛을 낸 비결

 

비건 사시미의 핵심은 바로 미각적 착각(gastronomic illusion) 기법이다. 미각적 착각이란 시각, 촉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특정 맛을 형성하는 현상으로, 이를 통해 비건 요리에서도 육류의 풍미를 재현할 수 있다.

 

미각적 착각은 색, 질감, 향기 등 여러 요소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먼저 색상은 맛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좌우한다. 연구에 따르면 밝은 색상의 음식은 더욱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지며, 특정 색상은 특정 맛을 연상시킨다. 예를 들어, 오미자에 절인 연근의 선명한 붉은색은 상큼한 맛을 암시해 뇌가 해산물의 신선함을 떠올리도록 한다.

 

씹는 질감 역시 중요한 요소다. 표고버섯은 육류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하고, 아보카도는 크리미한 식감을 더해 풍부한 맛을 만든다. 특히 아보카도의 지방 성분은 육류의 기름진 맛을 모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후각도 맛을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흑마늘은 발효 과정에서 독특한 단맛과 감칠맛을 발산해 비건 요리에서도 고기 요리의 깊은 풍미를 재현하는 데 사용된다.

 

 

▲ 클레어 스미스 셰프의 램 캐롯 (사진 : objective foodie) 




세계 셰프들의 비건 요리 트렌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도 미각적 착각을 활용한 채식 요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카고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알리니아(Alinea)의 셰프 그랜트 애커츠(Grant Achatz)는 해조류와 버섯을 활용해 해산물의 풍미를 재현한 비건 메뉴를 선보였다. 그는 분자 요리 기법을 사용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캐비어’를 선보였으며, 식감과 짭짤한 맛이 실제 캐비어와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런던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코어(Core)의 셰프 클레어 스미스(Clare Smyth)는 대표 요리인 ‘램 캐롯(Lamb Carrot)’을 통해 식물성 재료가 고기의 깊은 풍미를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천천히 조리한 당근에 양고기 향을 입혀 육류와 유사한 풍미를 제공한 이 요리는 시각적 효과와 함께 미각적 착각을 통해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이렇게 비건 요리는 단순한 대체 식품을 넘어, 감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미식 체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