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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 위안화, 달러 패권을 향한 도전

KCAU | 기사입력 2023/01/31 [14:01]

‘도광양회’ 위안화, 달러 패권을 향한 도전

KCAU | 입력 : 2023/01/31 [14:01]

[데일리차이나= KCAU 이경민, 박희상, 김예림, 신성은, 노가희, 장유정, 유효정, 장윤수]

 

▲ 지난 12월 시진핑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사우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도광양회(韜光養晦)’. 그믐밤 같은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중국 덩샤오핑 시대의 대외 정책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집권을 시작하며 위안화의 국제화, 즉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를 공언했다. 그리고 집권 십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석유·가스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며 글로벌 석유시장의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랜 기간 구상해 온 ‘페트로 위안화’를 위한 계획이 비로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기축통화의 꿈, ‘페트로 위안화’

지난 12월 초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위안화 원유 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페트로 달러’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악화를 틈타 미국의 달러패권 체제의 균열을 노린 셈이다.

 

현재 석유 거래의 유일한 가격책정 화폐는 미국 달러이다.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석유는 세계정세를 좌지우지하는 필수 에너지원이다. 사우디를 필두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공급의 정점에 있지만, 달러로 원유를 거래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으로 세계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건 미국이다. 석유 거래로 1970년대 이후 기축 통화로 굳건히 자리 잡은 ‘페트로 달러’에 도전의사를 드러낸 것은 세계 금융 질서의 주권을 잡으려는 중국의 야망이 드러난 결정이었다.

 

중국-GCC 협력 강화

지난 12월 초 사우디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중동 약 17개국을 방문하며 약 38조 원에 이르는 투자협정을 맺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순탄치 않은 틈을 파고들며 중동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9일에는 처음 개최되는 중국-GCC(걸프협력회의, 걸프만 연안에 위치한 산유국 6개 국가가 결성한 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상하이석유천연가스거래센터에서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시작할 것임을 선언했다. 또한 금융투자 분야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협력 강화 의사를 밝혔다. 이 내용은 석유의 위안화 결제 뿐만 아니라 위안화 국제화를 염두에 둔 협정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야망이 마냥 뜬구름 잡는 정책으로 평가되지는 않는 것은 지난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사우디는 중국과는 더욱 친밀한 관계를 모색하는 반면 미국과는 거리를 넓혔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자말 카쇼꼬지 살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노골적으로 비난해 그들의 격분을 산 것은 사우디가 미국에 등을 돌리기에 충분한 여지를 주었다. 반면 중국은 2001년 하루 1020만 배럴을 사들이는 ‘VVIP’ 고객이다. 게다가 사우디가 지속적으로 우라늄 생산과 농축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핵 보유국인 중국의 도움은 유혹적이다. 사우디가 관심을 중국에게 쏟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중국-아랍 정상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위안화 원유 결제’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페트로 위안화’ 계획은 단기간에 실현될 문제가 아닌 만큼 중국의 당당한 요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권위를 잃게 된다면 그것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중국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중국이 무사히 ‘페트로 위안’ 체제를 설립하고 에너지 패권을 손에 쥘 수 있을지 살펴보자.

 

현재 석유 결제 대금의 기본이 되는 통화는 ‘달러’이다.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달러의 지위에 위기감을 느낀 바, 이후 목차에서 소개할 과정들을 통해 달러 패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에 반기를 드는 사례도 없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이 있다.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사례

첫 번째 사례: 이라크는 2000년 11월 석유 대금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꿀 것을 선언했다. 당시 결제 통화 변경에 대한 환율상의 손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으나 되려 2000년-2003년 기간동안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는 17%나 상승하여 이라크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미국의 철퇴는 이라크의 경제적 번영보다 빨랐는데,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민주주의 확립과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모두가 알다시피, 명분은 온데간데 없고 석유 결제 통화만 달러로 재변경 된 채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두 번째 사례: 이란 역시 석유 수출 결제 통화를 유로로 변경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핵개발을 제재의 근거로 내보였는데 이란의 핵개발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시기상 달러 패권 도전에 대한 압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일나 정부는 2007년 7월부터 일본에 원유 대금을 달러로 받지 않을 것을 통보, 동년 12월부터는 모든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적용했다. 이란은 악의 축으로 낙인찍혀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이라크의 사례가 뒷받침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전쟁 가능성을 점쳤지만 현재까지 직접적 무력을 사용한 제재는 받지 않는 상태다.

 

 

대륙을 옮겨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1년 주러시아 베네수엘라 대사관에서의 석유 대금 결제 통화의 달러->유로 변경이라는 깜짝 발표 이후 2004년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쿠데타로 인해 물러나게 되었다. 비록 2일만에 막을 내린 쿠데타였지만 미국 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으며, 수면 아래로 CIA 등 미국 정보기관의 지원이 있었음은 언론을 통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혹자는 이를 달러 패권에 도전하여 패배한 최악의 케이스 중 하나로 치부하기도 하며,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지금까지 경제 회복에 있어 맥을 못 추리고 있는 상황이다.

 

 

▲ 시진핑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진= 신화망>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는 ‘루블화’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의 사례인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는 2021-2022년에 걸쳐 기존 유로로 결제하던 석유와 가스 수출대금을 루블로 지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독일/프랑스 등 국가는 당연히 반대했으나 헝가리나 인도 등 러시아산(값싼) 화석 연료가 필요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루블 결제 요구에 응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해당 결정은 달러 패권에 도전한 이전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데, 러시아의 석유 가스 수출대금을 루블 결제로 바꾸면 수입국에서는 루블 수요가 생겨 루블 가치 상승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상술한 국가들이 대체 통화로 자국 통화가 아닌 또다른 국제 통화(유로)를 제기한 것과 대비된다. 러시아의 경우는 완전히 달러 패권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 전쟁으로 인한 제재 등으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부터 달러까지, 기축통화의 역사

기축통화는 ‘국제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 받는 화폐로 여겨진다. 이전에는 영국의 파운드가 오랜 시간 기축통화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는 미국의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해 주요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는 어떻게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기축통화가 되었을까?

 

기축통화의 역사는 금으로부터 시작된다. 금은 ‘희소성’을 기반으로 대표적인 안정자산이 되었으며 곧 ‘금을 얼마나 보유하였는지’는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금은 상대적으로 무게가 나갔기 때문에 무역 경제로 넘어가는 데에 비효율적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종이로 된 화폐들이 발달하였고 화폐들은 빠르게 금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금을 보유한만큼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금본위제도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금본위제는 각 국의 통화가치와 일정량의 금의 가치가 등가관계를 유지하는 본위제도를 의미한다. 최초의 화폐는 금 보관소에 금을 보관하고 이러한 금을 보증하고 교환해 갈 수 있는 ‘증서’였으며, 1816년 영국 의회가 금본위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가 법정화폐로 금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전 세계 국가에 자국의 제품을 수출하였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 역시 자국 통화환율의 이득을 위해 영국과 동일하게 금본위제를 도입했다. 이의 영향으로 영국의 파운드가 기축통화라는 위치를 얻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금융패권 달러

2차 세계대전의 영향 하에 전쟁 기간 동안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부족한 군수물자를 미국으로 조달 받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막대한 금이 미국으로 유출되었고 종전 당시에는 전 세계 70% 금을 미국이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나라의 경제를 복구하기 위한 화폐, 즉 돈의 수요가 증가하였지만 금본위제를 다시 시행하기엔 금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신용 있는 화폐를 발행하기가 어려워졌다.

 

화폐로 인한 혼란을 바로 잡기 위해서 1944년 미국은 자국의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는 브레튼우즈 체제 협정을 추진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며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환율을 1% 안에서 유지시켰다. 이렇듯 달러의 가치가 금에 고정되며, 다른 나라의 통화가 달러에 연결되는 금환본위제가 등장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달러는 기축통화의 위치가 되며 전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되었고 강력한 위력을 가지게 됐다. 이후 달러는 무역 적자와 베트남전쟁 등으로 인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페트로 달러 협약과 같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 덕분에 현재까지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갖는 이익

기축통화는 가장 잘 알려진 달러이외에도 유로, 엔화, 프랑,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그리고 위안화가 있다. 즉, 이미 위안화는 기축통화이다. 그렇다면 왜 위안화는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려고 할까? 역사적으로 화폐패권은 그 화폐를 소유한 국가의 패권 및 국가의 위상의 영향을 받아왔다. 즉, 미중 패권전쟁이 한창인 이때 위안화 패권을 통해 미국의 위상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외에도 기축통화국은 여러 이익을 누리게 된다.

 

첫 번째는 ‘세뇨리지 효과’라고 불리는 주조차익 효과이다. 예를 들어 100위안을 인쇄하는데 10위안이 든다고 하면 나머지 90위안의 가치는 중국 정부가 가져가게 된다. 이를 통해 기축통화국은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두 번째로, 환율의 변동으로부터 자유롭다. 기축통화국은 그 국가의 화폐가 환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많은 국가들은 경제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에 기축통화를 확보하고자 하는데 이는 기축통화국의 채권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채권 수요 증가는 기축통화국이 채권의 금리를 낮출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형성된 낮은 금리를 통해 기축통화국은 국내 투자를 보다 용이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네 번째 장점은 높은 경제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한 조건과도 일맥상통한데, 기축통화국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제적 안정성이 높아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마지막으로는, 양적완화를 통한 인플레이션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화폐는 한 국가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통해 화폐 발행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데, 기축통화국은 이 범위가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달러와 위안화의 위상 변화

이처럼 기축통화의 패권국은 여러가지 경제적 이익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이점 이외에도 기축통화가 가지는 위상에도 욕심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달러와 위안화가 갖는 위상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하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급수단이 생겨났다. 비트코인이 2008년 10월 처음 출현한 이후 현재 전 세계에 약 7천 700여 종의 가상화폐가 발행되어 거래되고 있으며, 많은 회사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지급수단이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회사의 지급수단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해당 회사의 지급수단 방법이 그 국가의 중앙은행 법정 통화를 대체하거나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을 본 몇몇의 나라에서는 가상화폐의 출현을 대비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부터 소매용 CBDC의 기술적 측면 및 안정성 등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과 민간이 함께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를 위해 이미 선전, 베이징, 쑤저우 등에서 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렇기에 한국금융원(KIF)의 ‘새로운 지급수단 출현과 결제방식의 변화가 국제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연구원들은 “새로운 지급수단들은 송금 등에서의 거래비용 절감을 통해 국가 간 거래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거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탈-달러화, ‘페트로 위안화’ 현상을 가속

미국의 경제력 쇠퇴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더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의 반응은 격렬했으며, 특히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의 의견은 단결되었다. 그렇기에 미국이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키고 변화를 강요하기 위해 내세웠던 러시아 엘리트들과 기업들에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것에 국제사회에서는 한마음 한 뜻이었다. 또한, 2018년부터 이뤄지고 있는 미·중간의 무역전쟁 및 대립에 있어 어느 한 나라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양상이 아직도 국제사회에서는 띄고 있다.

 

이렇게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제재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서든지 세계기축통화 달러 지위를 위협하려는 탈-달러화 (De-Dollarize) 현상이 나타났다.

 

2019년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를 최고 수준인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은 440억 달러를 위안화에 투자하여 2019년 초 러시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에서 15%로 늘렸다. 러시아의 위안화 보유액은 세계 평균의 약 10배에 달하며, 세계 위안화 보유고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019년 중국과 러시아는 국경간 무역에서 자국통화 사용을 50%로 늘리는 조약에 서명했다. 2021년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중국이 미국달러와 서방 결제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으며,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국부펀드가 위안화 보유고와 중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은 유라시아 경제연합 (EAEU, 소련 이후 5개국의 파트너십), BRICS그룹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상하이협력 기구 (SCO) 등과 같은 다자간 포럼에서 달러무력화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보아 달러의 위상은 떨어지고, 위안화의 위상은 올라가는, 즉 탈-달러화 (De-Dollarize) 와 페트로 위안화 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안화 기축통화를 위한 정책

중국의 기축통화를 위한 위안화 정책은 그동안 여러가지 방면에서 집행되고 있다.

 

(1) 위안화 결제 비율의 증가

먼저, 무역 거래 시 위안으로 결제하도록 합의하여, 해외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최근 다른 국가와 무역 관계를 맺을 때, 위안으로 결제대금을 지불하도록 합의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 특히, 석유 및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을 거래할 때를 중점에 둠으로써 위안화의 지불 비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8년 INE(상하이 국제 에너지 거래소)에서 위안으로 자원을 거래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였다. 더불어 작년부터 중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 금액을 루블-위안 방식으로 거래하기로 합의하였다.

처음에는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대상을 홍콩으로 시범했다가, 점차 ASEAN(동남아시아 10개국), 그 뒤로는 개인에 대한 무역 거래에서도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범위가 점차 늘어났다. 최근에는 위처럼 자원을 거래하는 국가와 함께 윈윈할 수 있도록 해당 국가의 통화와 위안이 함께 결제할 수 있도록 합의하는 추세가 보인다.

 

(2) 중국 가상화폐 기술의 발전

가상화폐의 등장에 발 맞춰 중국도 이에 대한 핀테크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 구조에 따라 개인을 통한 암호화폐의 발전이 아닌,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를 발전시키고 있다. 실제로 홍콩 및 중국 인민은행과 협력을 맺은 거래에서는 CBDC를 통해 위안화로 거래될 수 있도록 디지털 화폐에서 위안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3) 양자간 통화 스와프 구축 및 청산 은행 확대

중국은 2020년 말 기준으로, 22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였으며, 그 중 일대일로 국가의 8개 국가와 위안화로 청산 협정을 하기로 체결하는 등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과 양자간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들 중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한중 통화 스와프는 한국이 체결한 국가들 중 중국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2002년에 시작하여, 2020년에는 590억 달러로 크게 증가되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위안화 청산 은행의 경우, 총 27개의 국가에 개설되어 있으며, 매년 8.2%의 증가 추세로, 최근 3년의 위안화 청산 은행 규모는 약 340조 위안이다.

 

기축통화국과 무역흑자국 사이의 모순

이처럼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유동성,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해당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가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방면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 강대국 지위 달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국은 화폐 그 자체의 유동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기축통화가 되는 데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어떤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가 무역적자국이 되어야 한다.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무역 흑자국의 경우 해외에서 유통되는 화폐를 자국으로 불러들여 오히려 화폐의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화폐 유동성의 악화는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요소이기 때문에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무역흑자국의 지위를 과감히 포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3년간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내수 경제 성장에 큰 피해를 입은 중국은 2019년 이래 무역의존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수입보다 많은 수출로 무역 흑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무역흑자국의 지위를 버리고 무역적자국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명적인 중국 시장의 약점

또한 비교적 폐쇄적인 중국 경제 구조는 위안화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손꼽힌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부가 자국의 경제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최근 중국이 다방면에서 개방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금융 부분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인 성격이 짙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에 한계가 존재한다. 한국 무역협회에 의하면 기타 고파니트 IMF 수석 부총재는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바란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위안화의 완전한 교환선을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2022년 발생한 중국 헝다 그룹의 파산 사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취약성 단적으로 나타나는 예로 위안화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위안화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부분에서의 폐쇄성은 위안화가 국제경제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늘어날 수 없는 주 요인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위안화를 이용한 국제결제를 꺼리고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2022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한달 간 국제 결제 비중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92%였던데 반해 중국은 3.2%에 불과했다고 한다.

 

달러와 위안화의 쟁패

중국은 ‘페트로 위안화’를 위한 계획을 오랜 시간 동안 구체화해 왔다. 중국 당국은 가상·디지털 화폐의 개발을 촉구하고 양자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 등의 정책을 꾸준히 진행시킴과 동시에 지난 12월에는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공식적으로 추진했다. ‘페트로 위안화’를 위한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며 기축통화 위안화 체제를 일정 부분 완성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일까? 실제로 2022년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강도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달러화의 가치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했고, 미미한 비중이지만 위안화는 엔화를 제치고 국제 4대 결제 통화가 됐다.

 

그러나 중국이 넘어야 할 산은 결코 적지 않다. 위안화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과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경제 시장에 대한 불신이 바로 그것이다. 서방의 자본주의 국가들에 비해 중국은 비교적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기축통화국의 막중할 역할을 수행할 첨단 금융 시장의 정착 여부는 현재까지도 미지수다. 중국 당국이 경상수지 흑자와 기축통화국의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한다는 욕심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달러와 위안화의 쟁패시대, 중국공산당의 ‘위안화 굴기’를 위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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