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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이대로 한 발 물러서나?

KCAU | 기사입력 2022/12/21 [09:03]

중국 공산당, 이대로 한 발 물러서나?

KCAU | 입력 : 2022/12/21 [09:03]

[데일리차이나= KCAU 박희상, 이경민, 신성은, 김예림, 장유정, 박선영, 노가희, 장윤수]

▲ 베이징 도심의 량마허 주변에서 27일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루무치 화재 참사, 대규모 불복종 시위 촉발

1124,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수부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중국 소방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우루무치 화재 참사로 인해 10명이 숨졌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15층에서 시작된 불이 위층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퍼진 유독가스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건물에 있던 피해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원인이 무차별적인 봉쇄 방역 정책에 있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화재 이후 웨이보 등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봉쇄 관리 차원에서 설치한 아파트 곳곳의 시설물들이 피해자들의 탈출을 방해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그들은 건물 봉쇄를 위해 사용된 철제 펜스 등이 아파트 주변을 가로막고 있어 소방차들이 신속히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기도 .

 

우루무치 당국은 사건 직후인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은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며 화재 당시 봉쇄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희생자들이 비상구 위치를 몰랐던 게 잘못이다라는 입장을 발표하여 큰 비판을 받았다. 화재가 발생한 우루무치시 전 지역은 8월부터 고강도의 장기 봉쇄 조치가 시행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 참사로 인해 코로나19 봉쇄 방역 정책, 즉 제로 코로나 정책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우루무치를 비롯한 베이징, 상하이 등의 대도시에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와 제로 코로나를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에 확산되었으며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장기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봉쇄 조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국 곳곳에서 잇달아 일어난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관련된 대규모 불복종 시위는 중국 시민들이 당국에 갖는 불신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사실상의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정부의 방역 정책에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방역에 대한 비판이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 역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우루무치 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터 <출처=웨이보>  © 데일리차이나


어쩌면 예견되었던 시위

올해 하반기 중국은 20차 당대회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도중인 10월 중순 베이징 중심가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고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랜카드가 붙은 사건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핵산(PCR 검사)이 아닌 밥(생계)을, 봉쇄가 아닌 자유를, 거짓(농락)이 아닌 존엄을 외치는 플랜카드 내용은 기나긴 봉쇄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이후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도시의 공중화장실 등 사실상 감시가 어려운 공공장소에서 같은 문구를 적어놓는 화장실 시위가 얼마간 전개되었다. 베이징의 플랜카드는 몇 시간 만에 철거되고 화장실 시위도 일정 기간 지속되다 당국의 강화된 검열로 유야무야되는 듯했지만 이는 휴지기에 불과했다. 지난 11월 광동성 광저우의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봉쇄령과 우루무치 봉쇄 단지 화재 진압 실패는 중국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각자의 목소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11월 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한데 모여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거나, 시위 슬로건을 외치는 등 시위를 이어갔다. 방역정책만큼 검열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또 다른 검열을 예상하고 특정 문구나 그림이 새겨진 플랜카드 대신 백지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시위 문구를 외쳤으며 공안들의 제압으로 몇몇 참여자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행되는 순간에도 현장에 있던 다른 참여자들은 이를 빠짐없이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여 도우인(抖音, 틱톡) 등에 게시하여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중국에서 가장 급진/개방적인 도시로 알려진 상하이에서는 일반적인 슬로건뿐만 아니라 공산당과 시진핑의 퇴진을 외치는 시위가 수시간 넘게 진행됐다. 광동성 광저우에서는 끝없이 연장되는 봉쇄령에 분노한 시민들이 주거 단지와 외부를 차단하는 차단벽이나 방역 부스 등 시설을 부수고 방역 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변화를 열망하는 시위가 퍼질 때 학생들은 언제나 빠질 수 없다. 이번에도 학생들은 봉쇄로 제한된 환경 속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의 청화대학교 학생들은 방역당국의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전통적인 시위와는 다르게 프리드만 방정식의 일부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한데 모여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검열이 심한 중국의 분위기상 자유인(freeman)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기 위해 해당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물론 시위 현장에서 정부에 대한 호소와 실망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 프리드만 방정식이 인쇄된 종이를 들고 시위하는 칭화대 학생들 <사진=트위터>  


그 외에도 절강대학교, 남경대학교 등 전국 각지의 대학교에서 백지 시위 참여뿐만 아니라 학교 게시판에 방역 정책을 비판하거나 정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게시하고, 벽에 붉은 페인트로 시위 슬로건을 그려 놓거나 계단 손잡이에 피 묻은 마스크를 묶어놓는 등 여러 형태로 시위가 전개됐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학교들은 속속들이 학생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조치(提前返)를 내렸다.

 

이번 시위의 주역은 학생

이번 시위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시위가 학생들을 주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명문 대학교로 여겨지는 칭화대학교는 물론 난징공업대학교, 우한대학교, 톈진대학교 등 전국 곳곳의 대학교에서 학생 시위가 일어났다. 베이징대학교에서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내용의 문구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봉쇄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시위로 번져나갔다.

 

제로 코로나 반대부터 시진핑 국가 주석의 퇴진까지, 여러 대학교에서는 다양한 목소리의 시위가 들려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 시위는 중국 학생들이 국가에 대항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웨이보, 틱톡 등 여러 SNS의 발달은 학생들의 결집을 효과적으로 도왔다. 중국의 MZ 세대로 대표되는 대학생들은 인터넷과 여러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중국 전역의 소식을 빠르게 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 이후 줄곧 유지된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회의감 느끼던 학생들은 SNS를 통해 의견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우루무치 사건을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시위 역시 SNS를 통해 대학생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도 꿋꿋이 시위를 하는 영상 속 시위자들의 모습에 많은 대학생들은 감동을 받았고, 불만을 자유롭게 표현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 SNS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학생들은 마침내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교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중국의 50여 개 대학에서 학생을 중심으로 한 시위가 발생했음에도 그 대부분이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지 않은 점도 주목할만하다. 그 배경에는 청년들의 교육 수준 향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시위를 함으로써 그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백지 시위가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아무런 내용을 적지 않은 흰 종이를 든 채 시위를 하는 백지 시위는 정부가 시위 진압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또한, 백지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검열에 반대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어 시위의 배경이 된 중국 정부의 통제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대학교에서 발생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대규모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대학교에서는 조기 방학을 실시하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들의 귀향을 돕기 위해 기차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이런 정책들은 학생들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도로 해석된다. 

 

4월의 상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지난 3월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해는 도시 봉쇄를 감행한다. 3월 15일 상해시 당국은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을 통해 상해는 봉쇄되지 않았으며 도시 봉쇄는 필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3월 말 상해 시(市)는 봉쇄되었고 무려 6월 초까지 약 두 달에 걸쳐 기타 모든 도시 및 나라와 완전히 격리되었다. 그렇게 4월 초 상해 봉쇄가 한창일 무렵, 4월의 소리(四月之)라는 영상이 중국 내외 여러 플랫폼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은 상해 봉쇄의 실상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도시 봉쇄로 야기된 여러 문제점들을 고발했다. 영상이 게시된 지 채 하루가 지나지도 않아 해당 영상은 중국 내 모든 플랫폼에서 삭제되었다.

 

 

▲ 상해 봉쇄 당시 중국 SNS를 통해 퍼졌던 4월의 소리(四月之声) <사진=웨이보 캡처>     ©데일리차이나

 

 하지만 4월의 소리 영상에도 불구하고 상해시는 6월까지 도시 봉쇄를 이어갔고, 중국 내부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모두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도시 봉쇄가 풀린 뒤에도,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및 학교, 쇼핑몰 등 공공시설은 봉쇄를 지속적으로 반복했고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정책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 설명 없이 지속되는 아파트, 쇼핑몰, 학교 등의 봉쇄는 점점 중국 내부에서 불만의 싹을 키우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최근 다음의 두 사건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정책을 사실상 마무리 짓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권장되며 쇼핑몰, 음식점, 대중교통, 학교 등 공공시설의 출입을 위해서는 최대 72시간 내의 핵산 검사 결과가 필요했다. 또한 대부분의 공공장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소마()를 스캔한 뒤 직원의 확인을 받은 후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생중계되는 관중의 모습은 중국인들 경악하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누비며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월드컵을 즐기는 모습은 중국의 이러한 모습과 더 크게 대비되었고 중국인들의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더불어 1124일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최대 도시인 우루무치 고층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3년간 억눌려왔던 중국인들을 거리로 나서게 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100일이 넘는 신장지역 봉쇄로 설치된 봉쇄용 차단물이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했고 주민들의 대피가 어려워 화재 피해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우루무치 당국은 화재 당시 건물이 봉쇄되지 않았으며 저층에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이유를 대며 변명식 발표를 늘어놓았고 이는 그동안 봉쇄와 핵산 검사로 지친 중국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이다. 이후 상해, 북경, 남경, 우한 등 중국의 대도시에서 시민 및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여러 시위가 발생했고 4월 상해 봉쇄 때와는 또 다른 시진핑 3기 정부 대한 위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과거 4월의 소리와 이번 시위 모두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발단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4월의 소리가 봉쇄당한 우리의 고충을 알아달라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우루무치 화재 사건 이후의 시위는 억지 정책으로 몇십 명의 사람들이 말도 안 되게 죽어나간 것에 대한 명백한 분노이다. 이 두 개의 무게는 엄연히 다르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은 것이고, 중국 정부도 결국은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 어김없는 여론 통제

▲ 위반행위로 차단된 위챗 계정 <사진= 데일리차이나 독자 제공>  © 데일리차이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선 백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대한 항의부터 시진핑 국가 주석의 1인 독재를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까지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일종의 저항이었다. 전국적으로 시위 물결이 빠르게 퍼진 만큼 이번 시위가 제2의 텐안먼 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중국 정부는 강력한 여론 통제에 돌입했다.

 

여태까지의 대규모 시위는 청년층의 SNS 우회 접속을 통해 조직되고 참여가 이루어졌기에, 중국 당국은 SNS를 통한 시위 확산을 막는 데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지시간 11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항저우 등 대규모 시위가 열린 도시들에서는 시민들의 스마트폰에 해외 SNS(트위터, 텔레그램 등)과 가상 사설망(VPN)의 설치 유무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신분증 검사는 물론 시위 관련 자료에 대한 삭제, 불복 시 체포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사례도 알려졌다. 이러한 검문검색은 길거리와 쇼핑몰 입구,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 많은 공공장소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찰은 별다른 법적 절차 없이도 개인의 휴대폰과 SNS에 임의로 접근 권리가 있기에 익명의 베이징 시위 참가자는 필사적으로 채팅 기록을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에서 유학 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단체 오픈채팅방의 대화 내용 <사진= 데일리차이나 독자 제공>     ©데일리차이나

 

 

이렇듯 엄격한 중국 정부의 검열은 더욱 강력한 인터넷 여론 통제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중국 내 인터넷 기업의 검열팀 직원을 확대하고 VPN을 차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 화재 사고와 대학가의 시위 정보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이 진행됐고, 이번 시위의 상장인 백지라는 검색어 또한 중국 SNS상에서 검색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트위터에서 중국어로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시위 도시를 검색하면 음란물과 도박 등의 콘텐츠가 노출되는 등 관련 정보에 대한 검색이 막혔다. 이는 시위대가 올린 시위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트윗을 올린 계정은 대부분 다른 계정을 팔로우하지도 않고 팔로워도 없는 이른바 봇 계정으로 의심될 뿐만 아니라, 포르노와 도박 관련 내용은 중국 정부가 오래전 인터넷 검열을 시작했을 때부터 철저하게 단속했던 주제이다. 그런데 관련 게시물들이 최근 무더기로 업로드되는 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것이며, 우연한 개인의 소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철통같은 시위 차단으로 베이징, 상하이의 도심은 텅 비었다. 베이징에서는 밤에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을 꺼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았고, 베이징대와 칭화대 인근에 공안을 투입시켜 인근 상인들과 기업 직원들에게 조기 귀가를 권고하며 시위자들을 무산시켰다. 상하이 우루무치 거리에는 차단벽이 설치됐으며, 저장성 항저우시에서도 시위 장소 근처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키고 수십 대의 경찰차가 시위 시작 전에 투입되는 등 강도 높은 통제를 시행했다. 고강도의 단속 과정에서 트위터에는 공안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는데, 이를 본 여러 중국 청년층은 각종 해외 SNS에서 국가가 시민을 때린다라고 분노하며 정부를 향한 반감을 표출했다. 

 

중국의 코로나 정책과 현 정부에 대한 이번 반대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중국 정부의 신속하고 강력한 진압도 함께 뒤따르고 있다. ‘백지 혁명으로 기록될 뻔한 이번 시위는 중국 당국의 강경 진압, 발 빠른 여론 통제와 더불어 최근 여러 도시의 개방 정책으로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둘씩 떠나는 해외 기업들

시위에 대한 내용을 통제하기 급급한 중국과는 다르게 윌스트릿저널(WSJ)와 뉴옥타임즈, CNN, BBC 등 다양한 해외 매체들은 중국 시위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도하고 있다.

 

11월 26일부터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16개 도시와 칭화대, 베이징대 등 50개 대학에서는 3년간 지속된 당국의 극단적인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이러한 시위 현장의 모습을 영상과 음성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했다.

 

한편 중국의 제로 코로나정책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시위가 악화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지자 애플은 탈 중국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만을 표현한 기업은 애플뿐만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8(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지난달 제로 코로나 정책이 계속될 경우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를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궈타이밍 창업자의 편지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중심적인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제로 코로나와 관련한 방역 문제에 관한 투명성 제고 요구도 담겼다고 전해졌다.

 

폭스콘은 대만의 컴퓨터 및 전자기기 분야 제조회사이다. 폭스콘은 지난해 중국 전체 수출에서 3.9%의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폭스콘은 현재 중국에서 약 100만 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아이폰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자 이 같은 애플의 움직임에 따라 폭스콘의 창업자인 궈타이밍도 직접 중국 공산당 지도부 설득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서로 상반되는 평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봉쇄 정책을 완강히 고집하던 중국 방역 당국은 이러한 시위 확산을 의식한 듯 코로나 제한을 크게 완화하였다.

 

우루무치 당국은 11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을 허락하며, 저위험으로 분류된 사업체는 사업장의 운영 한도의 50% 수준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PCR 검사를 최적화로 줄이고,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환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등 방역정책을 대폭 완화하였다. WSJ은 궈 창업자가 편지를 보낸 이후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제로 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방향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위를 계기로 제로 코로나정책 종료를 검토할 것이냐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말한 상황은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다이나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현실에 맞춰 방역 정책을 계속해서 조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루무치 화재가 봉쇄 탓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속셈을 가진 세력이 화재를 방역과 연결 짓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넘어 어디로

이번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는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늘어나는 만큼, 해당 시위는 공산당의 장기 집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된다.

 

중국 공산당이 계속해서 고수해오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나오기 전까지 우수한 방역 성과가 바탕이 되어 중국의 민족주의를 공고히 함은 물론 공산당 집권의 근거가 되어왔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하는 세계적 흐름 및 계속되는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인해 3년의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핑계로 방역 수위를 더욱 높인 데다가, 불합리적인 방역 정책(핵산 검사 음성 24시간 유지 등)이 지속되면서 중국인들의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중국인들은 진정으로 엄격한 방역 정책에만 화를 낸 것일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민을 통제했던 중국 공산당에게도 분노를 표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반정부 성격의 게시글에 대해 강경한 검열 조치를 취해왔다. 이런 인터넷 통제에 익숙해 평소에 언행을 조심하는 편인 중국인들마저 SNS에 반정부 글을 공유하고 시위를 조직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만큼, 그동안 억압되어 왔던 상황에 충분히 분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중국 공산당이 최근 시위의 여파로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시위와 저항 분위기에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든 느낌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이 수면 아래에서 확산되고 있던 것은 인지했을지언정 우루무치 화재라는 사건이 퍼지던 기름에 불을 붙여버릴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근에 일어난 국민들의 대대적인 반기로부터 배운 점이 있을 것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로 민족주의를 강조해오던 방향이 오히려 시진핑 자신에게 독이 되고 있다. 자신의 국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국가의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발언하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줄 아는 성숙한 정치를 해야 할 시기이다.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했다고 해서 정말 중국 사회가 이전처럼 안정될 수 있을까? 물론 단편적으로 보면 완화된 코로나 정책에 사람들은 기뻐할 수 있지만, 이미 그들은 목소리를 내면 정책이 바뀐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그들은 민주를 갈구하게 되었으며, 앞으로의 중국 공산당의 태도를 더욱더 주시할 것이다. 중국 당국도 이젠 더 이상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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