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차이나= 이경민 기자]

▲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통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중국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이번 시위가 24일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촉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소방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우루무치 화재 참사로 인해 10명이 숨졌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건물에 있던 피해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원인이 무차별적인 봉쇄 방역 정책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봉쇄 관리 차원에서 설치한 아파트 현관 곳곳의 사슬과 쇠막대가 피해자들의 탈출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사고 직후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퍼진 것이다. 

우루무치 당국은 25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은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며 화재 당시 봉쇄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희생자들이 비상구 위치를 몰랐던 게 잘못이다”라는 입장을 발표하여 큰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25일 우루무치에서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확산되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우루무치 주민들이 “제로 코로나 해제”, “봉쇄 해제”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인구 400만명이 거주하는 우루무치는 약 100일 동안 지속된 봉쇄령으로 인해 주민 대다수가 주택에 갇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乌鲁木齐中路)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 나와 고강도의 봉쇄 조치로 인해 더 큰 참사로 이어진 우루무치 화재 사고에 분노를 표출했다. 로이터통신은 “26일 밤 우루무치중루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주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또한 시위대는 이례적으로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덧붙였다. 

▲ 베이징대학 학생식당 앞에 게시된 제로코로나 비판 대자보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을 비롯한 중국 각지의 대학에서도 시위는 이어졌다. 그들은 폭력적인 봉쇄와 강압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저항하며 우루무치 화재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학 한 재학생은 AFP에 "27일 오전 11시30분에 학생들이 매점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국가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칭화대 재학생들은 단체 시위에서 “민주 법치, 표현의 자유(民主法治，表达自由)”를 외치며 봉쇄가 아닌 자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베이징 도심의 량마허 주변에서 27일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또한 시위에 동참한 각지의 대학생과 시민들은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 종이를 든 채 ‘백지 시위’를 벌였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해외에 거주 중인 중국인들 역시 중국대사관 앞에 모여 “시진핑 퇴진”을 외치며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집회를 가졌다.

중국 전역에 이뤄진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데일리차이나는 중국 절강성의 절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손 모양에게 이번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손  모양은 이번 시위에 관해 "많은 중국인들은 해당 소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검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손 모양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인지 우루무치 사태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하였다.  

한편 중국은 지난 11일 무차별적인 봉쇄를 자제하고 방역 지침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최근 중국 본토 내 신규 감염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해당 정책이 실질적으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중국 당국이 시위 확산 자체를 부정하고 시위와 관련된 게시물들을 빠르게 삭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봉쇄 반대’ 대규모 시위는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