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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펠로시 방문으로 구체화된 ‘네 번째’ 대만해협 위기

여전히 끝나지 않은 군사적 긴장, 우리의 대응전략은?

김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8/11 [19:50]

美 펠로시 방문으로 구체화된 ‘네 번째’ 대만해협 위기

여전히 끝나지 않은 군사적 긴장, 우리의 대응전략은?
김동현 기자 | 입력 : 2022/08/11 [19:50]

[데일리차이나= 김동현 기자]

 

▲ 지난 3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美 하원의장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百度제공>  


동서 ‘신냉전’, 세계 국제질서가 뒤바뀌고 있다는 말이 숱하게 들려오는 요즘,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 같은 분위기에 냉랭함을 더했다. 중국이 수차례 불쾌감을 표했던 대만 방문이 성사되며 미국과 중국은 또 한 번 충돌했고, 그가 떠난 지 닷새가량 지난 현 시점에도 대만 해협엔 각국의 무력시위가 펼쳐지는 등 전례 없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양안 위기와는 ‘사뭇 다른’ 네 번째 위기

중국과 대만의 크고 작은 충돌이 단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명 ‘하나의 중국’으로 표방되는 중국의 불가침 원칙 속 양국은 숱한 갈등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이 지금과 같은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이어진 전례는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다. 1945년, 1958년, 1995년 세 번에 걸친 대만해협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중국과 대만은 서로에 대한 수복 계획을 세우거나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의 이유로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대만 진먼다오(金门岛)를 포격하고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시위를 하는가하면 미국 역시 항공모함을 배치하는 등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가운데 핵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그 수위가 거세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3차 위기까지 양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대만 해협의 위기가 양국 간 전면전으로 치닫는, ‘선’을 넘는 일까지는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마오쩌둥은 전면전을 막기 위해 미군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바 있으며 미국 역시 1954년 대만과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진먼다오를 배제하는 등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행동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확전을 피해온 지난 세 차례의 경우와 그 양상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금의 중국’은 ‘예전의 중국’과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즉, 중국의 국력이 미국과 견줄만한 혹은 대등한 수준까지 성장한 현재 시점에서 두 국가의 충돌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펠로시의 방문을 대하는 중국의 정치적·군사적 움직임은 과거 세 차례의 위기 때보다 더욱 거침없어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4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 여파는 1년 9개월 만에 열릴 예정이던 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무산으로 이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은 회의 기간 중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는 우연히 마주치는 것조차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사적 행동에서 또한 여실히 드러났다. 고조되는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 속 지난 4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는 사상 최초로 중국의 탄도미사일 5발이 떨어졌다. 그리고 대만을 포위하듯 해상과 공중에 설정된 6개의 구역에선 실탄 사격을 포함한 고강도 훈련도 진행됐다. 또한 중국 군용기 수십 대가 중국과 대만 사이 비공식 경계선인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기도 했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상응조치도 발 빠르게 이뤄졌다. 현재 대만 인근 해상엔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머무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이미 예상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위기를 선택하거나 추구하지 않지만, 중국이 무엇을 선택하든 대비가 돼 있다.” 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7일, 공식적인 중국군의 대만 봉쇄 훈련이 종료됐다. 그러나 중국의 훈련이 끝난 것과 별개로 대만 해협의 긴장 상태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자국 앞바다 곳곳에서 실사격 훈련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롄윈강해사국과 다롄해사국은 구체적인 실사격 훈련의 일정을 공개하며 선박의 진입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군에 맞서 대만 육군도 9일 사흘간 대규모 군사 훈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만군의 군사적 조치는 중국군의 대만 봉쇄 훈련이 끝나는 시점에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잇따라 군사적 행동을 펼치며 미국과의 확전을 막기 위한 '선'을 넘은 점은 중국과 대만 및 미국 간 군사적 긴장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완전한 조국 통일’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가 중국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에 미국 백악관 역시 지난 6일 대변인 명의로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에 대해 "이런 활동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 측 시도"라면서 "이는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오판의 위험성을 키운다.“ 라고 비난했다. 현재의 군사적 긴장감은 과거와 다른 차원인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속내

그렇다면 현 상황 속 중국과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중국 외교부는 연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명백한 내정간섭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를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모든 결과는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책임져야할 것이라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의 기저엔 시 주석의 강경 노선이 반영됐다고 말한다. 외교적으로는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고 미국의 개입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내적으로는 중국 통일을 완수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 주석은 내년 3선을 이뤄내고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이 같은 강경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요 근래 중국이 보이고 있는 강경주의 행동노선을 연일 규탄했다. 카린 장 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면서 중국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펠로시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입장 역시 단호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라는 말과 미국은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미국과의 단결을 강조했다

 

대만으로 나아가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의 복잡한 속내는 이번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韓中 수교 30주년, 4차 양안 위기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하며 이른바 균형외교를 지향했던 전임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이를 비판하며 미국 중심의 외교를 중시하는 전략적 명확성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최대 우방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이 두 강대국 사이의 충돌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를 남겼다.

 

이 같은 양국 간 팽배한 긴장 관계가 전개되는 가운데 8박진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사흘간의 방중 길에 올랐다.

 

한중 수교 30주년이란 기념비적인 업적과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또 한 번의 미중 갈등이 중첩된 미묘한 시점에서 방중이 이뤄지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가 앞으로 보일 행보에 따라 지난 2016년 이뤄졌던 한한령限韩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는 만큼, 그의 방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격화된 미중 대결 속 우리나라 외교 수장의 방중이 집권 초기부터 미국 중심의 가치에 연일 긍정적 신호로만 화답했던 우리 정부의 외교적 포지셔닝의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지 주요국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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