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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이후 中, "윤 정부 ‘안미경중’ 전략적 균형 깼다”

한미정상회담, 안보동맹→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
中, “한국 외교전략의 중대한 변화는 대가 치를 것···”

심시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5/24 [15:26]

한미 정상회담 이후 中, "윤 정부 ‘안미경중’ 전략적 균형 깼다”

한미정상회담, 안보동맹→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
中, “한국 외교전략의 중대한 변화는 대가 치를 것···”
심시은 기자 | 입력 : 2022/05/24 [15:26]

[데일리차이나= 심시은 기자]

 

▲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공>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안보 동맹을 경제 안보와 기술, 가치동맹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중국의 고강도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이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미·중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깼다고 평가하며, 이를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일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은 20일 오산 미군기지에 미 대통령 전용기가 내리면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입국 직후 가장 첫 번째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인 삼성 반도체 공장 평택캠퍼스에 방문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미간의 기술동맹을 이용해 앞으로 더욱 세계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도체와 한미 기술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 배터리 등 기술협력과 공급망 확보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방한 이틀째인 21일 오전 바이든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헌화·분향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해 오후 1시 30분부터 윤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역대 가장 빨리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안보 동맹 강화, 북핵 대응, 경제 안보 및 역내 협력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회담 이후 양국 대통령은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이 이뤄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의 5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끌어냈다. 방한 첫날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삼성이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한 사실도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투자 성과를 보여주며 지지율에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경기 오산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해 한미 연합훈련을 수행하는 장병들을 격려했다. KAOC는 지휘통제시스템이 결집 되어 있어 상대국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목표물의 위치를 정밀하게 식별하며, 사실상 우리 군의 전략사령부 역할로서 기능한다. 역대 방한한 미국 대통령 중 KAOC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핵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와 경제 안보 그리고 역내 협력의 3가지로 꼽힌다.

 

먼저 북핵 문제에 관련해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확장억제 수단(전력) 중 하나로 핵을 명시했다.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방식을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포함한 것이다. 그러면서 고위급 확장억제 협의체 재가동, 한미연합훈련의 규모 확대, 미군의 전략무기 적시 전개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보다 대북 압박 수위를 높임과 동시에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경제 안보와 관련해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상설 협력 채널인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해 경제 안보 협력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을 통해 자유·인권·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경제협력이라는 방향성을 공고히 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기업의 투자 확대, 기술협력 및 공급망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 등 양국 경제에 긍정적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대통령이 23일 일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에 참여한 것은 한미 경제 안보 동맹 격상이 실질적인 첫 성과물로 이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역내 협력의 측면에서도 IPEF의 출범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IPEF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통상협력체로, 미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13개국이 참여한다. 참여국들은 IPEF를 통해 디지털경제, 핵심 부품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역내 질서를 구축해 갈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까지의 한미동맹과 다르게 기존의 정통안보에 입각한 동맹에서 경제 안보 및 기술, 가치동맹으로까지 협력의 지평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언급하면서, 단순히 한반도를 넘어 지역 차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여를 함께 해 나가는 글로벌 협력 체제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중국의 반응

·중 갈등 속에서 한국에 일정한 균형점 역할을 기대했던 중국으로서는 이와 같은 한미동맹의 강화가 반가울 리 없다. 중국은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미·중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깼다고 평가하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의 IPEF 참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임과 동시에 중국에서 가장 견제하는 부분 중 하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 다음 날인 22일 열린 중국-파키스탄 외교장관과의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IPEF에 대해 미국이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앞잡이(馬前卒)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한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IPEF를 통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미동맹의 격상은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류허핑(劉和平) 국제문제 평론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전략의 중대한 변화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한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고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므로 어떤 국가도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신창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소장은 이는 한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더 강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중국에 도발적인 행동이라며 한국이 대만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분명 한국 자신일 것이라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신 부소장은 한국은 대만 해협의 평화가 아닌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하며, 한반도의 안보는 중국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한미동맹 강화와 한국의 IPEF 참여를 이유로 즉각적인 보복 조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미 간 후속 조치와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의 안보협의체) 등 미·일 협력 강화 추이 등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향후 한미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중국 기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새 정부 대외정책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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