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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소수자 인식과 현실

KCAU | 기사입력 2022/04/06 [14:28]

중국의 성소수자 인식과 현실

KCAU | 입력 : 2022/04/06 [14:28]

[데일리차이나= KCAU 김채림, 임재성, 송여란, 박효준, 한세미, 우아미, 윤승혜]

 

▲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결혼식을 마친 부부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를 배경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핑크 달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1990년 대에 처음 사용된 단어로 LGBT (성소수자)의 상품 구매력, 쉽게 말해 성소수자 시장을 나타내는 말이다. ESG 경영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면서 해외에는 성 소수자 인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기업이 많아져 기업의 리더십이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상장 기업에 성소수자 또는 소수 인종의 이사 선임을 요구했으며 페이스북은 본사 임직원들이 프라이드 행진(성 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행진)에 참여했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LGBTQ를 상징하는 컬렉션을 출시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Daxue Consulting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약 7,000만 명이 3,000억 ~ 5,000억 달러가 소비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이 및 트랜스 젠더 시장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회사의 분석가는 "중국 젊은이들은 LGBT+ 문화를 개방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많은 대기업들이 LGBT 친화적으로 마케팅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핑크 위안’시장과, 보다 자유주의적인 태도에 눈을 뜨고 있는 걸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중국 사회와 정부는 이에 반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 중국의 한 대학교가 성소수자 학생 명부를 만들고 이들의 정신건강까지 조사한 사건이 화제가 되어서 중국 당국이 성소수자의 활동을 위축하고 있다는 비판과 시민 사회 운동을 탄압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성소수자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계정 수십 개가 차단된 뒤 삭제되는 사건도 같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위와 같은 규제가 어떠한 중국의 관련 법규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앞서,  소수자는 매우 포괄적인 용어로 양성애자,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비성애자, 범성애자, 성퀴어, 간, 제3의 성을 포함하며 성적 정체성, 성별, 신체적 성적 특징, 성적 성향 등 성적 영역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성소수자 집단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성 소수자는 굉장히 포괄적인 용어이고 비슷하게 쓰이거나 하위 집단을 가리키는 다양한 용어와 신조어들이 있다. 퀴어(Queer)는 “이상한” “색다른” 등을 뜻하는 단어로 성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명칭이었으나, 지금은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쓰고 있다. LGBT는 성 소수자들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함께 일컫는 단어로 퀴어(Queer)에 비해 논쟁이 덜한 용어이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법규와 정책에 '동성애'라는 단어를 넣으며 성 소수자에 대한 규제를 하였다. 2000년대 이전까지 법규와 정책은, 영상물 검열에서 동성애 내용을 삭제·수정하도록 하고, 남성 동성애자의 성적 행위를 불량배 죄로 간주하는 등 부정적·차별적 측면이 주를 이뤘다. 2000년대 들어 성소수자 문제를 직시하기 시작한 중국의 법규와 정책은 성소수자 성전환 수술과 성 정체성에 관한 법률 승인, 성소수자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법률을 내놓았다. 또 다른 진보적 입법인 '중화인민공화국 반가정폭력법'(2015), '중화인민공화국 미성년자 보호법'(2020 개정), '중화인민공화국 국민 법전'(2020) 등으로 성 소수자의 평등 권익 실현에 도움을 주며 성소수자에 대한 규제와 차별을 완화하였지만 아직까지 성소수자에 대한 중국의 시선이 살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홍콩의 경우, 1991년 ‘홍콩 권리 장전 조례’에서는 여러 가지 배경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있다. 그리고 2009년 가정폭력에 대한 범죄의 범위를 남녀 부부에서 동성 부부로 확대했다. 또 마카오는 ‘마카오 기본법’ 제25조에, 마카오인들은 금지된 요소의 철저하지 않은 목록에 기반해 차별로부터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성적 지향은 이러한 차별 금지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 지향에 따른 노동관계, 개인정보보호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공식적으로 합법화하였다. 2017년 5월 24일, 대만의 헌법 재판소는 동성 커플의 평등과 결혼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권한이 중화민국 헌법 아래 보장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 법이 실행되기까지는 2년이 걸려 최종적으로 2019년 5월 24일 공식적으로 대만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 법이 효력화되기까지는 보수 그룹과 정부의 ‘무대책 반응’이라는 걸림돌이 있었다. 2018년 11월 유권자들이 국민총투표에서 민법상의 동성결혼 인정과 성교육에서의 성 소수자에 대한 교육에 대한 가르침을 반대하는 의견이 통과되자, 정부는 기존 민법상의 결혼 법을 수정하지 않고 동성 커플을 위해 새롭게 분리된 법을 준비한다고 확인하였다. 2019년 2월 20일 발행된 기초 원안은 같은 성(性)을 가진 두 사람이 ‘인생을 함께 만들어가는 헌신적인 목적을 위한 친밀하고 배타적인 성질과 결혼의 자유로부터의 평등한 보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권한’을 인정하였다. 타이완 총통인 차이잉원 이를 22일에 결재하였고 이 법은 24일부터 효력을 갖게 되었다.

 

세계를 보면 현재 동성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총 31개국이다. 그중에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남미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유럽에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노르웨이, 벨기에 등이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 중 타이완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7개의 나라는 법원 결정을 통해 동성결혼의 권한을 보장하였고, 호주, 아일랜드와 스위스를 포함한 22개의 나라는 입법을 통해 동성결혼 법안의 효력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 성 소수자 커플의 권한을 보장하는 범위는 다르지만, 모두, 성별에 제약을 받지 않는 결혼을 인정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런 세계의 시류와는 다르게 서두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중국에 성 소수자 관련 검열이 적지 않게 논란이 되고 있다. 2019년 3월 중국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는 몇몇 장면이 검열당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남성과 스킨십 하는 장면과 ‘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장면 등 프레디 머큐리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부분뿐만 아니라 에이즈 진단을 받는 부분도 삭제됐다. 지난 2월부터 중국의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영 중인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서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시즌 1에서는 레즈비언인 캐럴의 성 정체성이 묻혔다. 남자 주인공 로스가 부모님께 아내 캐럴이 레즈비언이라는 성적 지향을 늦게 깨달아 이혼하게 됐다고 설명하는 장면이 삭제된 것이다. 또한 두 남성의 키스 장면도 삭제되었으며, ‘오르가슴’과 같은 단어가 중국어 자막에는 전혀 다른 말로 번역됐다. 이런 검열에 2월 11일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서 '프렌즈 검열'이라는 해시 태그가 5,4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12일에는 검열에 막혀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2015년 중국 정부는 “동성애 같은 비정상적 성적 관계나 성적 행동을 표현하거나 보여주는 콘텐츠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기에 이에 따른 결과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처럼 성 소수자를 규제하는 것일까? 1950년대에 들어 서구 사회는 동성애를 병리적 현상으로 대하는 관념에서 벗어나 차이와 인성에 대해 존중하기 시작했던 반면, 중국은 동성애에 대한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시에 탄압하기 시작하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욱 심해졌다. 1957년에는 동성애가 하나의 범죄로서 규정되는데,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로 여겨지면 죄인처럼 끌려다니면서 대중들에게 망신을 당하기까지 하였다.

 

먼저 신중국 초기인 50년대에 통치 계급은 권력의 강화 및 공고화를 위해 '정치적 청소'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무산계급의 혁명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사회주의 사회 안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것들을 정치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하며 동성애를 봉건 사회의 잔여물, 그리고 부패한 부르주아식 생활 방식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동성애자들을 지배 계급에 있어서 위험한 존재로 각인시켰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사회 형태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남녀 간의 혼인을 ‘혁명적인 열정(revolutionary ardor)’과 ‘동지 간의 연대(comradely solidarity)’로 해석하여 정치적, 경제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관점에서 가정은 한 사회적 단위(social unit)로서 사회 발전이나 경제 생산 등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성 간의 혼인에 도전하는 모든 행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때문에 동성애는 발전을 요구하는 주류 사회의 ‘가상의 적’으로 여겨져 사회의 일원에서 배제되었다. 이 시기 또 하나의 특징은 성욕 자체까지 비판하고 통제했다는 점이다.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에서는 성욕을 표현하는 예술 등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훼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따라서 동성애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21세기에 이르러 중국 사회는 동성애에 대한 모순적인 정서에 빠지게 되었다. 비록 동성애가 더는 범죄로 인식되지는 않았으나 동성애를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행위로 정의하고 이에 반감을 갖는 사람이 여전히 많았다. 특히 1980년 중국 정부가 ‘산아계획정책’을 발표한 후, 기존 가정을 지키려는 자들과 동성애자들 간의 대립이 심화하였다. 즉 ‘한 가정 한 자녀’의 정책에 있어서 한 부부의 유일한 아이가 동성애자라면 그 가족은 ‘후손’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중국 동성애자가 이성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는 방식을 선택했다.

 

통계 조사에 의하면, 중국에서 전체 동성애자의 수는 3000만 명에서 5,000만 명 정도이고, 그중에서 2,000만 명 이상이 남 동성애자이다. 그리고 남 동성애자 중 약 80% 정도가 이성 결혼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동성애자들이 행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결합하는 이성애자 역시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 동성애자와 결혼하는 ‘동처(同妻)’들은 남편에게 ‘냉폭력(冷暴力)’을 당하면서 여성으로서의 매력 심지어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동성애 문제는 동성애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성애자의 권익도 포함하는 거시적인 사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몇 년간의 LGBT 운동(LGBT 운동에 대한 설명 필요)의 발전으로 인해 중국 국내의 학자와 사회 운동가가 성 소수자 권익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히, 2011년 사회학자 리은허(李河)는 제4차 중국 정치협상회의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제출하여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를 계기로 사회 각계에서 중국 사회 내 동성결혼의 가능성과 타당성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전개하였다.

 

세계 ‘동성애 문화’의 포문은 열렸다. 그리고 앞으로 그 문은 지금보다 더 활짝 열릴지도 모르겠다. 나라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보인다. 지금 당장 포털 사이트만 보아도, 세계의 각국에서 개방적인 ‘동성애 문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동성 간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점점 깊게 뿌리내리는 국가도 있다. 중국은 그러한 국가들처럼 반대 분위기가 뿌리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친화적인 분위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 이유를 종교, 국민들의 정서 혹은 정책으로 꼭 짚어 말할 수 없어도, 그들이 ‘친 동성애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명백한 듯하다. 그러나 중국은 반드시 동성애를 옹호하지 않아도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동성애를 옹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분명 오늘날 동성애에 대한 태도와 정책은 많은 국가에서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변화가 뒤따라가는 게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마치 ‘동성애’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것처럼, ‘동성애’에 찬성하는 것만이 우리가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동성애’에 대한 앞으로의 중국의 방향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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