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차이나=KCAU 송여란, 임재성, 박효준, 한세미, 우아미, 윤승혜, 김채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 범위가 군사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내 민간인 거주 지역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BBC는 28일 키이우,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에 러시아의 포격이 이어져 다수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3월 1일 키예프 주변 지역은 여전히 긴장이 고조된 상태이며 러시아군이 군 시설과 민간 건물을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3월 2일 우크라이나의 주택가에 집중 포격이 쏟아졌으며, 마리우폴과 하르키우 등 적어도 두 개의 주요 도시가 포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욱이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현재 도시 전체에 전력, 수도, 위생 시설이 부실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3월 5일 경 유엔난민기구(UNHCR)는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경을 건너 우크라이나 밖을 떠난 피난민이 공식적으로 120만 9976명에 달한다고 집계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한편, 국제 여론은 이미 한쪽으로 기운 것 같다. 각국의 비난의 화살은 모두 러시아를 향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외국 주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단행했다. EU와 G7에 속하는 국가들도 미국의 행보에 동참하면서 푸틴의 해외 자산을 동결키로 했다. 특히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는 다수의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제재 조치를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자발적으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애플, 삼성, 나이키,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별도의 정부 방침 없이 러시아 현지 판매 중지 및 결제망 폐쇄 조치를 내리고 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비난에 가세했다. 그는 폴란드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을 향한 야만적이고 무차별적인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반러 제제안을 통과시키고 러시아를 UN안보리에서 퇴출하는 안건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의 움직임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 모두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국제 사회가 러시아를 맹비난했던 것과 달리 이를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 중립 행보를 보이며 난감함을 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협력하며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 중국 외교 정책의 주요 방향이지만, 유럽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의 시작점인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는 원칙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중립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서방이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비공식적으로 러시아를 도와주며 암암리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는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극동 지역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유럽 수출이 막힐 것에 대비해 중국이 구매자로 나선 모양새지만, 중국이 구매 가격을 유럽의 절반 수준으로 절감시키며 최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러시아 내에서의 위안화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 간 거래 대부분은 미국 달러화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의 자체 결제 시스템인 중국국제결제 시스템(CIPS)와 러시아금융통신 시스템(SPFS)를 이용해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중국이 유럽과 러시아 간 갈등 양상으로 실질적 수혜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난처한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중국과 우크라이나는 경제 협력 협약을 체결한 2013년 이후 양국 간의 교역을 천천히 늘리고 있었다. 현재 중국의 수입산 옥수수 30%, 밀 28%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중국이 201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교역국이 되며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이득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양국 간 교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带一路)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 진출의 핵심 거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2017년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중국의 핵심 국유기업인 중국 식량(中国食粮)과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华为) 등 54개 기업이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있다. 이들은 식량, 철도, 발전소, 통신망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벌이고 있던 중이다
한편,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앞서 말한 과거 크림반도 사태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도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법적 정당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당시에도 그들은 크림반도 내에 있는 친러 성향의 지지층에 힘 업어 합병 절차를 밟았다. 그들은 크림반도에 반정부 임시정부를 건설하며 주기적으로 ‘크림 의회’를 개최하면서 친러 지지층을 보다 두텁게 만들면서 최종적으로 합병 주민투표와 함께 병합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처럼 겉보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던 크림반도 사태에도 군사 압박은 존재했었다. 당시에도 수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외신에는 이러한 러시아의 무장 병력이 지난 몇 년 간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그간의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성을 함께 비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처럼 유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도 끈끈한 ‘형제 외교’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9년 푸틴 대통령과 유선으로 대화하며 그를 ‘절친‘이라 부르자 이는 곧 그들의 별명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건에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기권표를 던짐에 따라, 대다수의 언론들은 중국이 점차 러시아와의 돈독한 관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이 러시아 침공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고,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릴 때까지 공격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주미 중국대사관 측은 이를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관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중국이 러시아의 즉각적인 침공에 대해 실제로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갈등으로 여러 나라들이 발 빠르게 교민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동안, 중국은 안일한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싱가포르 교민들에게 2월 13일 출국을 권고했고, 타이완이 2월 16일 우크라이나 여행 자제 권고를 공지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가 공격을 개시한 당일인 2월 24일이 되어서야 거주자들에게 대피 등록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안전 확보를 위해 차에 중국 국기 스티커를 붙일 것을 권고하였으나, 단 48시간 만에 안전 문제로 그들의 중국인 정체성을 감출 것을 권장했다. 중국의 서비스제도는 불만족스럽다는 비판을 종종 받긴 하지만, 대사관 측의 혼란스러운 조치는 이와는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실제로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는 고위 당국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중국은 러시아 침공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를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계획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러시아 연방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는 중국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중국이 현재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이념적 이익을 대립시키는 외교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현대 전쟁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성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난 과거의 전쟁과는 다르게 직접적인 참전국이 아닌 수많은 국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그만큼 이에 수반되는 국제 분쟁은 치명적이면서도 복잡 미묘하다.
먼저 유가 급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에 석유 수입 금지 여파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유가 급등은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공급망 이슈도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풍부한 천연자원과 원자재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외교 전쟁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전쟁 관련 공식 입장 표명을 회피한 상태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이어 유일무이한 동아줄인 중국과 손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에 중국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만약 러시아의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중국마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게 된다면, 러시아에게 뒤따를 경제적 타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동시에 최대 러시아산 가스 수입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게 된다면, 중국이 입게 될 타격도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다른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SWIFT 결제망에서 퇴출했을 때 중국은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를 암암리에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 질서를 뒤바꿀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중국이 섣부른 행동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자국 석탄 생산 증대 방안을 고안하는 중이기도 하다. 그동안 탄소 배출을 감소하는 차원에서 석탄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온 중국이, 국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에너지 안보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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