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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안화와 화폐의 미래

KCAU | 기사입력 2022/02/07 [10:55]

디지털 위안화와 화폐의 미래

KCAU | 입력 : 2022/02/07 [10:55]

[데일리차이나=KCAU 신성은, 김예림, 장유정, 박희상, 김채은, 노가희, 유효정]

 

▲ 디지털 위안화 <사진=百度제공>     ©데일리차이나

 

202224,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그중 이번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건 디지털 화폐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메타버스, NFT 관련 성장주들의 힘겨운 버티기 속에서 눈에 띄는 이벤트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증시 조정 속에서, 메타버스와 NFT 시장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과 가상 자산이 관련 정부와 제도권의 관심으로 여전히 진행 중인만큼 관련 이벤트가 성장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e-CNY)’를 주요 10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한 것에 이어, 이달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에 전 세계에 선보인다.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방문객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슈퍼마켓, 유명 관광지 등에서 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여러 도시에서 내국인 한정으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던 중국이 전자 위안화를 외국인에게도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디지털 화폐 발행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19일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저우란 중국 인민은행 금융시장 사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용 지점은 8085100, 누적 개인 지갑 개설은 26100만 개, 거래 금액은 8756500만 위안(16420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라고 밝혔다. 시범 운용 단계에서의 개인 지갑 개설만 2억여 개라는 것이 우리로서는 경악할 만한 수치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위안은 정확히 어떤 것이고, 중국은 왜 디지털 위안(디지털 화폐)에 힘을 쏟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법정 디지털 화폐란? 

디지털 화폐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인물이 제시한 비트코인은 ‘P2P(peer to peer)’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화폐 체계이다. ‘P2P’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발행자와 공급자 사이에 매개체 없이 직접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 시 익명성이 보장되고 수수료 등이 발생하지 않으며 송금, 소액 결제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과 같은 가격 조정자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가격 변동의 위험이 매우 크다. 따라서 현재 암호화폐는 실물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나서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의 문제로 지적되는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기존의 장점을 부각시켜 법정화폐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부르는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화폐는 현재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이 자국의 경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극적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이용하여 은행 간 결제를 성공시켜 법정 디지털 화폐의 선두국가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선전, 쑤저우, 슝안신구, 청두 4개의 시범지구와 베이징 동계 올림피 개최지에 상하이, 하이난, 창사, 시안, 칭다오, 다롄을 더하여 총 10개의 시범지구를 정하여 디지털 위안화의 민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와 민간 디지털 화폐의 차이는 무엇일까. 디지털 위안화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디지털 화폐와 달리 2단계 운영 시스템을 사용한다.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은행에 지급하면 은행이 민간에 디지털 위안화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는 P2P 방식을 이용하는 다른 디지털 화폐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위안화는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거래 시에는 거래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거래 기록이 저장되며, 엄격한 조건 하에서 정부가 거래자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중국에서 상용화된 결제 시스템인 위챗페이, 알리페이와는 사뭇 다른 점을 보인다. 위챗, 알리페이를 포함한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주로 온라인 계좌이체 시스템으로,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만 거래 및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 위안화는 국가 주도의 법정 화폐로서 인터넷의 유무에 관계없이 현금 사용, 계좌이체 모두가 가능하다. 다만 이외의 기능에 있어서는 시범 초기 단계라는 한계와 기존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과의 차이가 별로 없어 기존의 위챗페이, 알리페이 사용자들이 디지털 위안화로 이동할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디지털 위안화의 장단점

디지털 위안화의 장점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화폐 발행 및 관리 비용의 절감이다. 디지털 위안화를 포함한 중앙은행 중심의 디지털 화폐는 지폐, 주화와 같은 가치를 가지면서 화폐를 발행하는 비용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즉 화폐 발행이나 유통 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용 절감에 큰 장점을 가지며, 현금을 일부 대체하여 화폐의 유통 속도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위안화이므로 위조, 변조 등이 불가능해 위폐 방지에 필요한 비용 역시 절감될 것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번째는 현금흐름 관리와 통화정책 효과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계획하고 발행하는 법정 화폐이므로 현금흐름에 대한 관리가 쉬워 대출자금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사후관리가 용이해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 자금 세탁이나 조세 회피, 테러자금, 불법 자금 유출, 지하금융 등을 관리 및 감시하는 데에도 용이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세 번째는 신용 시스템 구축에 유리한 효율적인 지급 결제 시스템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개인 신용 시스템 구축에 유리하다. 신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대가가 높아지고 신용을 지키는 사람에게 기회가 증가하게 된다. 현재 중국의 제3자 결제방식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에 비해 지급 결제 시스템이 간편해지고 리스크가 절감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우선 인플레이션 유발에 대한 우려이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과 등가로 교환되게 된다. 따라서 통화량(M0)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물리적 제한이 없는 디지털로 유통되기 때문에 통화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현금에 비해 디지털 위안화는 유통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다음은 사생활 보호에 관한 문제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고 관리 감독하는 법정 화폐로, 중국 정부에서는 엄격한 사법 체계를 근거로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중국이 사회 전반을 통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놓고 보았을 때 사용자들의 사생활 보호에서는 여전히 회의적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발행 기관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개인과 법인의 거래 내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동시에 개인이나 법인의 구매나 거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자 위안화의 큰 단점으로 꼽힌다.

 

 

민영 모바일 결제 시장에 대한 도전?  

▲ 중국의 주요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

디지털 위안화의 상용화 범위를 점차 넓혀가겠다고는 하지만 전자 위안화 (이하 ’) 출시 이후에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민은행의 화이트 리스트에 등재된 사람만이 제한 없이 정상적으로 앱을 다운받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다. 시범 운행 단계인 현재는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시범구 또한 ‘10+1’구도로 제한했다. 여기에는 선전, 쑤저우, 상하이, 청두 등의 10개 지역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포함된다.

 

당장은 일부 지역과 사람만 사용 가능하지만 이후 사용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설정 언어를 중국어 대신 영어를 선택해 쓸 수도 있는 점으로 볼 때 2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는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앱의 출시 이후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퇀(美團)과 징둥(京東)의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등록자 수와 결제액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앱의 공식 출시 이후 중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 서비스에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편으로 기존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 디지털 위안화의 순탄한 보급과 정착을 위해서는 중국 전자결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알리페이를 시작으로 지난 7일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페이도 디지털 위안화 거래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서 활로를 찾았다. 현존하는 전자결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여 대중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의도이다.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 위안화라는 국가적 흐름에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사는 디지털 위안화 지원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함과 동시에 중국 당국은 양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하는 이득을 보는 셈이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의 국내 정치적 배경 

 

지털 위안화 발행 및 보급은 단순한 화폐개혁, 혹은 암호화폐에 대항하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다.우선 중국의 국내 정치적 배경을 살펴보면 디지털 위안화와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현금 흐름의 파악과 통제는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 전형적이고 강력한 통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진핑 집권 하에 강화된 사이버 보안법(2017년)은 언제든지 개인 정보를 공산당과 정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와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경부터이다. 2020년 이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은 우한 발 글로벌 팬데믹에 따른 현금 사용 안전에 대한 고려가 원인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배경 목적과 관련해 긍정적 측면을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

 

첫째, 현금자산의 흐름을 중앙정부가 파악할 수 있다. 즉 중앙정부가 파악된 흐름을 통해 경제계획, 정책과 공산당의 계획경제 운용에 활용하고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중국은 아직 은행 서비스에서 소외된 경제적 소외계층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제적 소외계층을 실질적으로 은행권 내로 편입시켜 경제적 복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자금 흐름의 투명성은 곧 부패 척결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연결된다. 부패 자금, 뇌물, 마약 및 범죄자금, 테러리스트 자금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러한 홍보용 목적 외에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는 다른 정치 경제적 배경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금융 장악력 유지, 권력투쟁,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전체주의적 통제력 강화, 그리고 위안화 국제화 촉진 등이 주된 배경이자 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중 가장 먼저 꼽히는 요인은 중국 공산당의 금융 장악 및 유지 필요성이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 전반의 요소를 통제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중 경제 부분에서는 국유기업과 금융, 두 축을 통해 경제를 직접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 중 금융통제력은 중국공산당이 정치권력과 국무원을 통해 경제정책을 관리하는 기반이다. 그러나 알리바바(알리페이)와 텐센트(위챗페이) 두 거대 기업의 등장으로 공식 화폐인 위안화와 이를 관리하는 인민은행의 입지가 축소했다. 중국 내 약 9억 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이용자 중 80% 이상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금융과 자본에 대한 민영기업의 영향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공산당이 이를 사용하는 중국 국민의 거래내역과 사용처를 완벽하게 추적감시 및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중국공산당은 중국인들의 현금 사용 자체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위안화가 상용화된다면 중국인들은 편의점에서 간식거리 하나를 살 때도 통제를 받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중국공산당은 경제권력을 보다 확실하게 장악함으로써 국민 모두를 복종시키고 통제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의 외교적 목적

 

▲ 충돌하는 미중  <사진=百度 제공>     ©데일리차이나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화폐단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거래를 위해서는 단일화된 화폐 단위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기축통화이다. 현재 기축통화는 미국의 달러화이다.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인데,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중국은 지속적으로 위안화의 사용범위를 확대하고 기존의 기축통화를 대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512월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다섯 번째로 편입되었다. SDR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이는 곧 그 국가 화폐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국은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위안화이다. 중국은 2020년 심천을 시작으로 상하이 등 10개 도시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화폐의 국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SDR 편입에 이어, 디지털 화폐 발행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제 지급 결제에 있어서 기축통화인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여전히 국제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중 패권전쟁이 심화되는 이때,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신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면 기존에 지속되던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상용화되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위안화 체계를 형성하여 기존의 체계에 균열을 줄 수 있다. 일대일로 대상국에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요구하여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한다면 이는 기존의 달러 체제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미국에 적대적이거나 미국의 제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들은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의 외교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는 금융제재를 부분적으로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이 가속화되더라도 기존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디지털 위안화가 발행되면 국경 간 거래가 간소화되겠지만 여전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국가들 간 다양한 지급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상호 운용되기 위해서는 수 천 개에 달하는 협약이 필요할 텐데, 이는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위안화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이유가 있다. 기존에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던 미국이 CBDC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며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 화폐로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CBDC의 공존 가능성을 언급하며 CBDC 도입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전히 미국 정부는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기존에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을 강조하던 미국 연준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의 가속화로 미국도 CBDC 도입을 추진하여 기축통화로서 국제적 영향력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달러화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새로운 패권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기존의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외교적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CBDC의 선두 주자로서

중국 정부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발행을 위한 연구 및 개발에 착수했고, 202010월 전 세계에 디지털 위안화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였다. 2020년 중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를 주요 10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을 하였다. 그 결과, 11억 위안(19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때 디지털 위안화를 전 세계에 선보,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중국이 2020년 선전을 시작으로 내국인 한정 시범운영을 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2010년부터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여전히 국제 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다면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70 년간 지속되고 있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균열을 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은 중국에게 매력적이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과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던 사례를 들어 디지털 위안화도 크게 성공적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받는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환율 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법/제도적인 안전성, 그리고 신뢰성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번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외국인에게 일시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개방하는 것 역시 한시적인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 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거래 규모와 더불어 국제적 신뢰성, 안정성, 자본시장의 대외개방 정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당장 화폐의 디지털화라는 사실 한 가지로 위안화의 국제화와 달러에 대한 도전이라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은 시기 상조이며, 현재 단계에서는 오히려 국내 금융을 장악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운용하며 중국 내에서의 내실을 밟아가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디지털 위안화라는 길 끝에 위안화의 국제화와 달러 패권의 몰락의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모두가 예상하는 바이며, 그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거쳐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법정 디지털 화폐를 연구 개발 혹은 관심을 가지는 정도의 단계에 머물러 있기에 중국은 선두 국가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 법정 디지털 화폐의 장점에 더 관심을 가지는 신흥국들과 기존의 화폐 질서를 확립했던 패권자들 모두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해진 플레이어가 된 이상 개선과 개발을 동시에 해 나가는 것이 중국의 숙제이다. 우선 전자 위안화 자체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편리하고, 국제적인 화폐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와 동시에(혹은 그보다 먼저)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제도적 안전성, 신뢰성 문제 해결을 통해 국제 사회의 신임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인플레이션과 사생활 침해 문제 역시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비록 넘어야 하는 스테이지가 적지 않으나 결국 전자 위안화 통용의 성패는 중국의 대처에 달려있기에, 한 치의 오차 없는 플레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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