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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예계에도 강조되는 '사회주의 정신'

KCAU | 기사입력 2021/10/29 [14:00]

중국 연예계에도 강조되는 '사회주의 정신'

KCAU | 입력 : 2021/10/29 [14:00]

[데일리차이나=KCAU 송여란, 임재성, 김채림, 우아미, 한세미, 한수현, 윤승혜, 박효준, 김태우, 김한솔]

 

 

▲ 중국에서 최근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액소 전 맴버우이판 <사진=百度 제공>     ©데일리차이나

 
최근 중국 정부의 ‘홍색 정풍(整風) 운동’이 거세지며 연예계와 팬덤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2일 중국의 방송 규제 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문예 프로그램 및 그 관계자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불법을 저지른 부도덕한 연예인을 배척하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및 스타의 자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방영을 금지하며, 고가의 출연료를 배척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3항의 '냥파오(娘炮)’ 등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근절한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었다. ‘냥파오’는 외양과 행동이 여성스러운 남성을 뜻하며, 특히 화장하는 여성적인 남성 아이돌을 포함한다고 한다.

우리는 중국 정부의 냥파오 규제에 관한 중국인들의 의견을 조사하기 위해 인터뷰를 실시했으며, 90后(90년대 출생자), 95后(95년대 출생자), 00后(00년대 출생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 참석한 사람들의 성비를 살펴보면, 남성이 약 41%, 여성이 약 59%였다.

 

최근 중국에 K-POP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냥파오 문화가 조성되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응답자들에게 BTS나 블랙핑크와 같은 한국 아이돌 그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해당 질문에 대해 9.09%가 ‘매우 관심 있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22.73%는 ‘관심 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응답자 중 31.82%가 ‘보통’이라 답했고, ‘관심 없다’가 22.73%, ‘매우 관심 없다’가 13.64%를 기록했다.

 


우리는 중국인들에게 중국 연예인들의 ‘냥파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인터뷰 대상자의 절반 이상은 냥파오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표적인 부정적 의견으로는 ‘보기에 좋지 않다.’, ‘남자답지 못하다’ ‘냥파오는 부자연스럽다’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응답자 중 냥파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대표적인 응답으로는 ‘다원적 가치관을 존중해야한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냥파오 현상은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등의 의견이 있었다. 특히, 냥파오 규제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이 있었는데 한 응답자는 ‘이번 사항(중국 정부의 규제)은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말하며 중국 당국의 냥파오의 규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20대가 응답자들 연령층의 대부분을 차지한 탓인지 냥파오현상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여성적인 남성 아이돌이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며 강인함과 용맹함을 강조하는 중국 전통 사회적 가치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냥파오’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었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과장된 해석을 한국 언론들이 검증하지 않고 인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 문화학과 교수는 “중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해석상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규제는 분명한데 우리가 과잉 해석한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중국 국가광전총국 규제의 핵심은 남자 아이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도 국가관을 도입시키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연예계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사회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인데 1항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실덕’이라는 표현이 있다”라며 “덕이라는 것은 국가관이나 도덕적, 일반적 규범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쓰지 말라는 것인데 여기 국가관 문제가 들어가니 가장 위험한 조항으로 보인다. 당과 국가관이 하나로 엮여 있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배우 장솽(鄭爽)의 탈세 혐의, 그룹 EXO의 전 멤버 크리스(우이판(吳亦凡))의 성범죄 혐의, 우유 27만 병 폐기 사건과 같은 스캔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배우 장솽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를 버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탈세 혐의로 중국 세무 당국으로부터 벌금 2억 9900만 위안(약 539억 원)을 부과 받고 연예계에서 퇴출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최근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공동부유의 반대편에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연예인이 있고, 또 그러한 연예인의 행동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풍운동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사실, 대중매체가 가지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 이것은 역사의 그 어느 시점에서나 자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흔히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쓴다. 그만큼 매체의 힘은 강력하고, 한편으로는 은근하다. 스펀지가 서서히 물을 흡수하듯, 대중매체도 똑같다. 대중매체는 대중의 머릿속을 서서히 적신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지속적이기만 하다면 대중들은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더라도 결국에는 매체의 선전에 완전히 지배되어버린다. 어떠한 정보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오롯한 개개인의 몫이지만, 그보다 먼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매체는 중요하고 위험한 것이다.

 

나치당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현대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데, 우리로 하여금 앞서 말한 대중매체 선전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는 영리하여, 대중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알았다. 1차 세계대전으로 패배의 수치심에 찌든 독일인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분노로 점철된 국민들에게 유대인이라는 좋은 화풀이 대상을 물어다 주었다. 미끼를 물고 넘어온 대중들은 순진한 유대인을 향한 이유 없는 혐오로 똘똘 뭉치게 되었고, 그들의 단결력은 그대로 나치에 향한 복종에 이용됐다. 이러한 논리적인 선전 구조와 더불어 화려한 장치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하다. 실제로, 아돌프 히틀러와 요세프 괴벨스는 잘생긴 사람들만 나치군으로 선발했다. 외모에 약했던 대중들의 심리를 관통한 것이다. 또한 나치당 연설은 주로 저녁 시간대에 진행됐다. 어두운 저녁에 사람들의 감수성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사실을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무분별하고 불합리한 선전활동은 나치즘 이외에도, 파시즘, 메탁사스 주의나 여타 독재 정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 더욱 합리적인 선전 활동을 위한 교훈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가, 중국이 문화예술을 통제하며 사상을 선전한 상황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라고 불리는 문화대혁명은 문화를 비판하고 검열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문화대혁명의 배경에는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이 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이후 마오쩌둥은 농업에서 중공업 중심의 사회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소련의 경제적 지원이 끊긴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연재해와 한국전쟁 원조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날로 늘었다. 이에 대약진운동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그는 이러한 정책 실패를 만회하고자 했다. 마오쩌둥은 공산주의의 이상과 거리가 먼 이 움직임을 경계하여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홍위병을 구성했다. 그들은 사회주의 문화를 건설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명분으로 자본주의적 사상과 문화를 타도하였다.

 

문화대혁명 초기에, 마오쩌둥은 이 혁명을 중국의 프랑스 혁명이라고 홍보하였다. 이 때문에 인민들은 물론 서구사회에서도 문화대혁명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전통문화와 예술을 몰살했고, 문화 예술인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미개한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현실 체험이라는 구실로 농촌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또한 계급 타도를 외치며 교육을 제한하기까지 이르러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지식분자들까지 가장 가난한 도시로 유배를 보냈으며, 심지어는 학교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역대 지도자들인 후야오방, 장쩌민, 후진타오와 현재의 시진핑 주석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엘리트라는 이유로 굶는 날이 태반이었을 정도라고 회고하는 혹독한 유배 생활을 보내야 했다. 교육과 문화를 부르주아적인 것이라고 외치며 없어져야 할 자본주의적 사상으로 치부하며 박해한 것이다. 이렇게 교육과 전통문화를 숙청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인민들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자본주의 반혁명자라고 신고하게 되며, 사회적으로 서로를 의심하는 현상이 생겼다. 무조건적인 평등주의를 외친 계급투쟁은 오히려 인민들을 공포와 가난에 떨게 만들었고, 문화를 검열하다 못해 쇠퇴시켰다. 20세기, 다른 나라들이 대중문화의 부흥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문화대혁명은 반대 노선을 걸으며 혁명이 아닌 자멸이 되었다.

▲ 문화대혁명 시기의 마오쩌둥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따라서 앞서 말한 중국 정부의 대중매체에 대한 규제와 검열은 그리 새삼스러운 소식은 아니다. 지난 8월 중국 문화여유부는 “연예인 교육 관리와 도덕성 강화에 대한 통지”를 발표하며,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나쁜 현상을 단호히 단속하겠다”라고 밝혔고, “일부 연예인이 직업윤리를 어기고 법규를 위반해 사회주의 문예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이토록 대중매체와 연예계 규제에 집착하는 것은 바로 사상적 문화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그만큼 영화나 드라마, 아이돌 팬덤 문화와 같은 대중문화가 중국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대중문화를 검열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키우게 하며 사회주의 이념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가 발표한 “연예인 교육 관리와 도덕성 강화 방안”에는 심지어 연예인들이 학습과 연구를 통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상을 공부하라는 지침도 있다. 이 역시 연예인들의 사상과 의식을 통제하여 문화와 사상을 억압하려는 의도이다.

 

사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규제는 예전부터 있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 남중국해 분쟁, 위구르족 탄압 문제 등이 발생하였을 때 인기 연예인들이 국제적 비판에도 홍콩 경찰을 지지하고, 신장 면화를 보이콧한 해외 브랜드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SNS에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것도 대중들에게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모범이 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마블 영화 “샹치”가 중국에서 상영이 금지됐는데, 이러한 상영 금지 조치가 이뤄진 것에도 몇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주인공인 샹치는 미국에서 오래 산 중국인으로서 중국으로 돌아가 “텐링즈”에게 억압받고 있는 고대 마을 “탈로”를 구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탄압받는 병사들의 모습이 위구르족 탄압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배우 양조위의 출연이다. 양조위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던 대표적인 홍콩 배우로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해 왔다. 이 밖에도 클로이 자오 감독의 중국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등이 있다. 즉, 정부는 당국의 신념과 반대되는 이념을 가진 콘텐츠들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연예계와 대중매체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이러한 사상 통일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영화 '샹치 텐 링즈의 전설' 중 한 장면 <사진=마블 스튜디오 제공>     ©데일리차이나

 

 

정보기술, 교육, 게임 산업 등 여러 가지 산업에 중국이 규제를 하는 이유를 궁극적으로 내다보면,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 홍색 규제의 불통이 연예계에도 튀며 인기 연예인과 팬덤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데, 그렇다면 연예계를 규제해서 중국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CNN의 해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이념적 관점에서 인기 연예인들이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조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고액 출연료를 받는 일부 연예인들과 그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이를 갈망하는 팬덤 문화가 시진핑 주석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공동 부유’의 개념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어,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는 것에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과도 관련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내년으로 3번째 연임을 바라보고 있기에, 민심을 사기 위해 이러한 강력한 규제를 한다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다양한 산업의 엄격한 규제는 오히려 민중의 반감을 살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 중국의 상황이다.

 

‘N 세대’라고 불리는 중국의 젊은 세대는 중국의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중국의 초고속 경제 성장과 세계적 영향력을 직접 피부로 느낀 세대이기 때문에 중국의 공산당의 정책을 상당히 신뢰한다. 지금의 이러한 홍색 규제가 극심한 빈부 격차, 갈수록 오르는 교육비, 부동산 등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 정부는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로 민심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고, 실제로 국민들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시진핑 주석 역시 이런 점을 견지하고 있는 듯하다. 연예계 규제 정책이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발판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무래도 연예인과 같이 대중들에게 노출이 많은 특수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중국 당국에 대한 충성심이나 공산당 사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전부터 사교육 문제나 공인들의 정치적 발언을 꾸준히 규제해왔다.하지만, 지금과 같은 강도 높은 규제는 이례적이다이처럼,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진핑 주석의 이번 규제는 훗날 중국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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