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징뉴스

중국을 무슨 창으로 들여다봐야할까?

KCAU | 기사입력 2021/10/23 [12:06]

중국을 무슨 창으로 들여다봐야할까?

KCAU | 입력 : 2021/10/23 [12:06]

[데일리차이나= KCAU 이해린, 박영민, 마소현, 권재욱, 김보경, 소선아, 이서연, 문준영]

 

 © Canva  

 

중국 뉴스는 공산당이 다 검열해서 순 거짓말투성이야…” “중국 언론은 다 정부 입맛에 맞는 얘기만 하던데?”

 

한국에서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 이미지는 보통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인식에서 기인한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이 언론을 포함한 중국 사회 전체를 전면적으로 통제한다고 여긴다. 이런 시각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선전 시스템(宣傳系統)”을 통해 언론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당과 정부의 목소리를 전하는 인민일보(人民日報), 신화사(新華社) 등의 “당의 매체(黨媒)”만 존재한다는 생각은 명백한 오류다. 중국 내 모든 매체가 당의 혀였던 시대 또한 존재했다. 그러나 이는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改革開放)”을 계기로 끝이 났고 개혁개방 이후 신경보(新京報), 난방도시보(南方都市報) 등 “시장화 매체”가 잇따라 등장했다. 당의 정책이나 지도 방침을 노골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한 언론으로서의 사회 감독 기능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인터넷의 파급력이 커진 현재에 이르러서는 중국에도 뉴미디어 및 1인 미디어 열풍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의 위기가 논의되기도 한다.

 

한국 언론이 중국 언론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입맛에 맞는 내용만 퍼가기만 한다면 도리어 양국 간의 오해를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한국에 와서 왜곡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오역이다. 지난 9월 3일, 한국 언론들은 중국 광전총국(廣電總局, 방송 규제 기구)이 ‘예쁜 남자 아이돌’을 퇴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일 광전총국이 발표한 ‘문예 프로그램과 관계자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는 ‘냥파오(娘炮)’라는 말의 오역이 빚어낸 루머로 밝혀졌다. 한국 언론들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의 보도를 참고해 냥파오를 ‘예쁜 남자’, ‘화장하는 남자’로 표현했지만, 사실상 중국에서 냥파오는 ‘남자가 여성스럽게 보이려는 기형적 행위’, ‘예전 중국 사회에서 경극처럼 여성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여성스럽게 꾸몄던 남성’을 의미하는 말로 전통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남성상을 뜻한다. 이는 SCMP가 중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풀려서 해석한 것을 한국 언론이 그대로 ‘받아 적으며’ 한국에서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례다.

 

지난해 반중 정서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던 ‘중국의 김치 ISO 국제표준 획득’ 사건은 오역 문제와 더불어 중국 매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 때문에 빚어졌다. 2001년 이미 UN 국제식량농업기구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국제표준으로 등재된 한국의 김치와 달리, 이번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을 취득한 중국의 파오차이(泡菜, Pao cai)는 일종의 절임채소로, ISO 등록 문서에는 이미 해당 식품규격이 김치(Kimchi)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중국의 김치가 국제표준을 취득했다는 오해는 한국의 김치가 중국어로 번역될 때 같은 단어인 파오차이로 통용되기에 생긴 사실 오류이다.

 

김치 논쟁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바로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이 국제표준 취득을 보도하며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는 뉴스였다.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의 관영매체가 보도한 내용은 곧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믿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한국을 조롱한 증거라고 생각하고 분노했다. 그러나 한국의 굴욕이라는 뉴스는 환구시보의 편집장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커뮤니티인 풍문사구(風聞社區)에 올라온 글을 공유한 것으로 환구시보의 보도가 아니다. 또한 ‘명목상’관영이지만 민영 신문사의 속성을 더 강하게 지녀 급진 민족주의적 성향을 짙게 띄고 있는 환구시보를 ‘중국의 대변자’인 것 마냥 소개해 국내 여론이 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환구시보 등 특정 매체의 주장을 중국 전체의 입장으로 오해하지 않으려면 중국 매체의 성향 또는 특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중국을 바라봐야 할까?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중국 언론들성향 파악이 중요해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중국의 언론 매체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SCMP)와 환구시보(環球時報)다.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다. 국내 정책에서 대외 정책까지 당의 모든 방침은 인민일보를 통해 발표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진정한 의미의 관영매체다.

 

SCMP는 한국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언론이다. 중국 본토의 매체보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이고 중국 정부가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을 폭로해 온 언론이기 때문이다. 국제적 이슈도 중국의 눈이 아닌 세계적 관점에서 다룬다. 다만 이 매체도 2018년 마윈에게 인수된 이후 친중국화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구시보는 관영매체긴 하지만 애국주의를 자극해 부수를 확장해온 전형적인 성업지다. 1993년 1월 인민일보 내 국제부 기자들이 더 많은 원고료를 받기 위해 창간했다. 우수근 중국 둥화대 교수는 환구시보가 중국 사람들조차도 놀랄 만큼 호전적, 선동적인 매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타깃층에 잘 팔리는 것이 최대의 관건인 환구시보의 특성과 편집자 개인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맞물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상업지가 됐다.

 

 

 

 

중국 내부의 언론사 분석,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것과 달라

 

▲ 중국 국가개혁발전위원회 사이트에 게시된 ‘시장 진입허가 네거티브 리스트’  © 데일리차이나


중국 언론들의 성향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중국 내부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상하이 소재 모 대학 및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진행된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당 기관지와 비 당 기관지 둘 다 보지만 그 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 기관지 중 가장 선호하는 신문은 단연 인민일보(人民日報)로, 관점이 뚜렷하고 시사 사건 및 사회 문제에 가장 예민한 통찰력을 가진 신문이라고 극찬하였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부터 국제 동태까지 균등한 비율로 기사가 발행되어 자국과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을 알기 가장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휴대폰 APP 등으로 접근성을 높인 점 역시 인민일보를 애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중국 이슈에 관한 설명을 인용할 때 자주 등장하는 환구시보에 대해서는 청년층으로 독자 집단을 한정해 본다면 다른 신문보다 접하는 빈도가 떨어지고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색이 뚜렷하고 기타 신문 대비 가짜 소식을 전하는 일이 현저히 적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아 골수 팬층도 두텁기 때문에, 외국 매체가 인용할 때에 걱정할 일은 없겠다고 덧붙였다. 급진 민족주의 신문이긴 하나 환구시보는 매일 200만 부를 발행하며 환구시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환구망(環球網) 방문자 또한 하루 1000만 명이 넘을 만큼 중국 내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신문이다. 환구시보의 보도가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마냥 상업지의 황색 보도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이유다.

 

인터뷰 결과 중국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 당 기관지는 펑파이 신문(澎湃新)이었고, 이외에도 경제지 차이신(財新), 잡지 형태의 난펑촹(南風窗)등의 다양한 의견이 잇따랐다. 비 당 기관지의 공통적 특징으로는 뉴스 전문성이 매우 뚜렷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 당 기관지에서 발행된 일부 보도가 매우 높은 보도 수준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신임을 다시금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경우, 거의 전원이 들어보지 못한 매체였다. 오직 두 명만이 이름만 들어보았다고 언급했다. 한국 매체가 중국 사건 보도 시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매체라고 설명하자, 어떻게 중국 사람들이 전혀 보지 않는 매체를 중국 대표 의견으로 보도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방송 매체에 종사하는 대학원생 C씨는 영문 신문인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와 영문판 기사가 있는 환구시보 모두 ‘영어로 중국 소식을 전하는 언론’이기에 한국 기자들이 번역하기 수월한 것은 아닌지 추측했다. 중국어판 기사보다 영문판 기사가 한국 기자에게 참고하기 쉬운 것은 이해하지만, 번역 및 여러 매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연히 사건 실체와 동떨어진 정보를 전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더 중요한 ‘창구’ 뉴미디어, 중국 언론계에 새 바람 부나

중국을 보다 뚜렷하게 바라보고자 한다면 뉴미디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미디어’란 현대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로이 탄생한 매체를 일컫는 말로, 신문, 잡지 등 기존 매체들과 달리 사용자 간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뉴미디어는 현재 14억이 넘는 방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부풀리는 중이다. ‘중국판 트위터’라고 불리는 ‘웨이보(微博)’, 숏폼 플랫폼의 신흥 강자 더우인(TikTok/抖音)’, 중국 청년층이 가장 사랑하는 UCC사이트 ‘빌리빌리()’ 등 다양한 매체들은 중국 뉴미디어의 주축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지리적 한계를 초월해 중국을 더욱 작게 만들었으며, 기존 미디어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다만, “뉴미디어에 올라온 게시글/영상들은 모두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거쳐왔다”, “중국은 마음에 안 드는 글이 있으면 바로 삭제해 버린다” 등 중국의 뉴미디어를 향한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 ‘류사오보’와 연관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오는 웨이보 검색창  © 데일리차이나


웨이보 검색창에 ‘류샤오보(刘晓)’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비어있는 결과창은 그의 자취가 인위적으로 지워졌을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중국 건국 역사상 첫 노벨상 수상자이다. 중국 노벨상 수상사에 역사적인 한 획을 그은 그는 반체제 인권 운동에 앞섰다는 이유로 칭송의 대상은 커녕 중국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되어 웹 상은 물론, 사람들의 기억들 속에서 조차 완벽히 삭제되었다. 뉴미디어를 향한 중국 당국의 ‘검은 손’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 틈을 비집고 등장하는 움직임은 더더욱 중국 당의 관리를 받지 않은 중국 대중의 보편적 의견 그 자체다.

 

2017년 가을, 미국에서 시작된 해시태그 캠페인 ‘미투(MeToo)’ 운동은 뉴미디어의 전파를 타고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되었다. 한껏 타오른 미투 운동의 불씨는 중국의 장벽을 짚고 넘어서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시나 웨이보까지 번졌다. 비록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널리 전달하는 행위는 관리국에 의해 금세 저지되었으나, 실시간 검색 차트에 그와 관련된 해시태그들(“有同意就是性侵”, 동의하지 않았다면 성폭력이다)은 여전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특히 당시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던 뤄씨씨(茜茜)가 웨이보를 통해 대학 시절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한 사건은 전국 대학교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는 기폭제가 됐다. 유명 대학교 교내 성추행 사건이 10여 건이나 폭로되어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2020년 초, 모종의 전염병이 중국 우한에서 창궐하기 시작하던 무렵,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던 방역 당국이 우한을 하룻밤 사이 갑작스레 봉쇄하자 우한의 민심은 분노에 휩싸였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우한 봉쇄를 “좡스돤완(, 팔이 독사에 물린 후, 독성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팔을 잘라내는 행위를 뜻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화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미흡한 단어 사용에 더욱 분노한 우한 시민들은 SNS에 “‘도덕적 납치로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강력히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바이러스의 심각성과 봉쇄된 우한 시내의 방역 실태를 널리 알린 것은 리쩌화(李泽华, 장잔(), 천치우스(, 팡빈(方斌)과 같은 평범한 시민기자들의 제보였다. 그들은 병상이 부족해 복도에 산소마스크를 쓴 채 빽빽이 누워있는 중증 환자들의 모습과 24시간 가동되는 화장장 그리고 그곳을 오가는 차량들을 촬영하고, 그 영상들을 웨이보, 트위터, 유튜브 등 각종 뉴미디어에 올려 우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시민기자들뿐만 아니라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추측되는 우한 시민들이 길을 걷다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들이 찍힌 짧은 영상들도 익명으로 유튜브에 다수 공개되며,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전 세계의 경계심이 대폭 강화되었다.

 

불행히도, 앞서 언급된 네 명의 시민기자 모두 곧바로 체포·실종되었다. 그중 몇몇은 머지않아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비추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다. 

 

중국 내 정보 검열을 위해 고안된 중국의 방화벽은 ‘특정 IP에 대한 접근 차단’, 혹은 ‘특정 검색어 차단’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접속을 제한한다. 우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민기자를 직접 체포하는 등 한층 더 엄격해진 ‘검열’이 눈에 띄었으나, 한편으론 그 시점의 ‘검열’들에 지능적으로 맞서는 뉴미디어 유저들의 행동 역시 매우 돋보였다.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바이러스 이상 증후 발견 당시 곧바로 상위 간부들에게 이를 보고했으나 무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리원량은 우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결국 순직하였다. 이에 언론은 그를 “호루라기를 처음 분 사람(吹哨人, 내부고발자를 뜻함)”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그를 기념하기 위해 몇 편의 글을 올렸으나 자꾸 검열에 걸려 지워지면 다시 올리는 일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그러던 와중, 어느 한 위챗 공식 계정(공중하오, 카톡의 채널 기능과 유사)에서 아래와 같은 이상한 부호와 문자들의 게시글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는 리원량 의사 사건을 고대 상형문자나 이모티콘 등 인터넷 자동 검열 시스템이 인식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로 기록한 것이었으며, 이 게시글의 제목은 <인민의 예술: 33가지 버전을 기록하며>이다. 

 

▲ <인민의 예술: 33가지 버전을 기록하며> 의 사진  © 데일리차이나


뉴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를 한꺼번에 검열과 삭제를 하기엔 중국 당국의 검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마치 <인민의 예술>처럼, 뉴미디어 유저들은 마음만 먹으면 검열망을 무력화시킬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월평균 이용자수가 5.11억 명에 달하는 웨이보와 같은 경우, 검열국이 그들의 장난을 완벽히 차단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뉴미디어와 함께 자라온 젊은 세대층의 대부분은 ‘담을 넘는 방법’ (翻, VPN 사용)과 하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오일 파이프’(油管, 유튜브를 가리키는 온라인 은어) 와 같은 울타리 밖 모든 것에 익숙하다. 이들이 뉴미디어를 통해 접해보는 시청각 자료들은 TV, 신문에서 나오는 친 정부 성향의 단순한 소식들과 달리 자극적이고 다채로우며, 국제 사회 트렌드에 상당히 밀접한 편이다.

 

언론사와 신문사를 관리하는 것은 당의 임무지만 뉴미디어는 완벽하게 새로운 영역이다. 뉴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중국의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내리는 플랫폼이 생겨나는 지금, 중국 사람들이 가장 민감한 이슈와 중국 대중의 즉각적이며 사실적인 반응은 기존의 신문 지면이 아니라 핸드폰 안의 뉴미디어 세상에 적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보는 ‘창구’ 단순히 천편일률적인 것 아냐

다양한 언론사·그에 따른 평가 당연히 존재

종합적인 판단과 객관적인 기준 필요

 

중국에는 우리가 한국 기사를 통해 보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모습의 언론이 존재한다. 흔히 알고 있는 당 기관지이자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인 인민일보, 상업적 자본으로 운영되지만 인민일보 다음으로 발행량이 많은 환구시보, 이 두 대표적 신문 이외에도 중국 내에는 2000여 가지의 신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국 기사의 인용 보도를 통해 흔히 접하는 중국의 언론은 인민일보, 환구시보, SCMP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특히 한국 언론에서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보다 4배가량 빈번하게 인용되는 매체인 SCMP는 홍콩 매체로, 자체 리서치에 따르면 내륙의 중국인들은 해당 매체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체제인 만큼 정부에서 선전 계통을 통해 언론사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언론사가 민족주의, 애국주의적 성향을 지니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70~80년대 개혁개방을 거친 후, 인민일보 등 일부 당 기관지를 제외하고는 중국 대부분의 언론사가 당의 자본보다 더 큰 비중으로 민영 자본에 의존해 운영되게 되었다. 시장 경제 시스템 하에서 '철밥통'이 사라지고 민영 자본으로 운영되는 언론사가, 정부의 직접 관리로부터 벗어나게 되면서 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이다. 환구시보는 충성 독자층을 겨냥하기 위해 더욱 직설적이고 격렬한 표현을 사용하는 반(反)외국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보도를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언론사 또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도 다양한 언론에 대한 다양한 평가 기준이 존재한다. 이에 더불어 뉴미디어의 발전은 꾸준히 이어져왔던 당의 관리에 균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2017년 미투 운동과 2020년 코로나 사태에서 관찰된 새로운 움직임은 중국 관련 보도를 할 때 한국이 참고해야 할 영역이 하나 더 늘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다루기에 까다로운 주제다. 본래 외국이라는 점을 차치하고도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를 자칭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도 다른 사회 구조는 객관적인 이해를 어렵게 한다. 코로나 사태, 김치 공정 등으로 반중 시각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중국을 향한 객관적인 ‘눈’이다. 중국을 주제로 하고, 중국 매체를 출처로 한 기사를 볼 때 더욱 신중하게 해당 중국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과 주제의 보도 배경을 이해하고, 번역과 출처에 사실과 다른 점은 없는지 한 번 더 검토했을 때 비로소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신중한 독자 개인의 노력이 이웃에 있지만 너무나 다른 나라, 정치 및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열쇠다.

 
传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