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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격화되는 미중 관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박효준 기자 | 기사입력 2021/08/25 [11:44]

나날이 격화되는 미중 관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박효준 기자 | 입력 : 2021/08/25 [11:44]

[데일리차이나=박효준 기자]

 

▲ 충돌하는 미중  <사진=百度 제공>  © 데일리차이나

 

최근 미중 갈등은 2018년 무역전쟁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2021년 현재 기술 패권·지재권·지정학·지경학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갈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현안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바이든 집권 후 미중 갈등 양상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는 미중 ‘무역전쟁(trade war)’으로 표현되었듯이 미중 경쟁이 주로 경제통상 분야에 한정되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는 경쟁의 범위가 첨단기술 분야를 비롯해 전천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4월 28일 자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거칠고 예측 불가능 (brutal and unpredictable)’ 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광범위하고 예측 가능 (extensive and predictable)’ 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결’ 양상으로 보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결, 경쟁, 협력을 혼합해서 구사하는 것으로 보았다.

 

전방위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관계 악화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미중 경쟁은 ‘패권 경쟁’보다는 ‘전략경쟁’ 양상에 가깝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국력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양상, 즉 패권 경쟁(hegemonic competition)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현 미중 관계는 정치·경제·외교·안보를 망라하는 세계관 및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갈등하는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전략경쟁의 결과에 따라 패권 경쟁으로의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입지 선점 전략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들이 중국을 배제하는 정보통신 기술(ICT)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5G 이후 글로벌 ICT 네트워크가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것을 막자는 ‘클린 네트워크’를 추진했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21세기 기술 패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삼성과 인텔 등 19개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1년 4월 12일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해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며 전략적 연대를 강조한 모습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데 우선적 인식을 드러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클린 네트워크 추진의 연장선에서) 신기술 쪽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고 보았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 경쟁에서 부각된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기존 질서를 대표하는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신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총체적으로 디커플링(decoupling)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기술, 그중에서도 가장 원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제작 기술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인공지능, 퀀텀 컴퓨팅 기술이 군사, 경제,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아직 글로벌 분업체계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직접 주도해 미국에게 유리한 체계를 정립하려고 한다.

 

대 중국 인식 변화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 직후 중국을 불투명하고 반민주적인 체제로 인해 팬데믹을 초래한 존재로 간주했다.

 

그러나 인권 문제나 자유민주적 가치에 무관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수정주의적 정책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2020년 5월 21일 백악관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과 이념을 위해 국제체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했다.

 

국제체제의 전환이 중국의 이익과 이념을 반영하는 쪽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들도 원치 않는 것이므로,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 선포는 이런 식으로 합리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인식은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서도 공유되고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수정주의적 정책보다는 반민주적 행태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운동 과정에서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중국의 일탈적 행태와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전선(united front)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집권 후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도 약속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취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백악관이 4월에 발표한 국가안보 전략 중간보고(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에서 미국이 공세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중국을 경쟁에서 따돌리기 위해서는 사람, 경제, 그리고 민주주의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했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인적·물적 투자와 더불어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세력이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Atlantic Council에서 2021년 초 익명으로 펴낸 보고서 보다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의 주요 논점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상당히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시진핑의 노선에 찬성하는 당내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틈새를 잘 공략해 시진핑이 전략목표와 행태를 바꾸도록, 즉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따르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보고서에 대해 동의 여부를 밝히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시진핑 체제의 비민주성에 초점을 맞춘 점을 볼 때 상당히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지역으로의 영향력 확대

미중 전략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은 남중국해동남아이다.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대일로 구상과 미국의 대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전략이 겹치는 공간이 동남아의 육지와 바다이다. 2011년에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것도 미국이 중동문제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현상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자유항행 원칙이 부각되었고, 중국은 해군력과 중거리 핵전력(INF) 증강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였다. 급기야 미국은 일본의 제안에 힘입어 일본, 호주, 인도와 4개국 협의체(Quad)를 활성화하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이 미국의 리더십을 계속 존중하면서 다양한 현안에 관해 공조 체제를 발휘해 주길 기대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간에 역내 다자주의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전략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으로 동북아, 특히 대만과 한국의 스탠스가 주목되기 시작했다. 전략경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군사력과 경제력인데, 양쪽에 다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핵심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은 지정학과 지경학적 차원의 핵심 키워드를 잘 파악하고 전략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 미중 반도체 전쟁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팹리스 분야(반도체 설계가 전문화되어 있는 회사로, 제조 설비를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과 리스(less)를 합성한 말)는 한국이 매우 약하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설계인력은 선진국 대비 5%에 수준에 그친다. 전 세계 팹리스 기업 순위 상위 50개 기업 중에서 국내기업은 LG 계열 LX세미콘하나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경시 풍조와도 관련이 있는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기엔 투자금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문제는 파운드리 분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IDM(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동시에  파운드리 분야 세계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20216G7 정상회담에 인도, 호주, 남아공과 함께 초청을 받은 것은 거대한 체스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의 결과이다.

 

NATO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인 일본, 호주, 한국이 NATO의 대 중국 압박 전선을 모른 척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영국이 한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10개국 회의(D10)를 제안했는데, 한국이 참여를 원한다면 미국과 대서양 동맹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 중국에 대한 압박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니 일차적 과제가 북한이겠으나, 점차 한반도를 넘어 남중국해 지역까지 전략적 지평을 확대하고 자유주의 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수정주의 세력의 행태를 변환시키는데 일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시기까지 만해도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은 동남아시아의 육지와 바다였다. 그런데 바이든 등장 후 신기술 및 반도체 전쟁이 미-중 간에 벌어지면서 대만, 한국, 일본이 위치한 동북아로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직후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대만을 언급하고 동맹의 외연을 군사 이외의 분야로 확대함으로써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에 부합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물을 그대로 수사로 끝내지 않고 미국의 귀환에 따른 구체적 후속 조치로 연결시키는 것이 한국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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