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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규제" 꺼내든 중국, 진짜 문제를 찾아라

KCAU | 기사입력 2021/08/23 [13:14]

“사교육 규제" 꺼내든 중국, 진짜 문제를 찾아라

KCAU | 입력 : 2021/08/23 [13:14]

[데일리차이나=KCAU 김보경, 박효준, 이유진, 권재욱, 마소현, 김한솔]

 

▲ <사진=South China Morning Post 제공>  © 데일리차이나

 

724, 중국 교육 업계를 흔들어놓을 한 의견이 발표되었다. 지난 5월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 전면 심화개혁위원회 제19차 회의를 통해 예고되었던 사교육 폐지에 관한 건이 24일 중국 관영지 인민일보(人民日报)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微博)에 의견서가 공개되며 공식화되었다.

 

 

중국에서는 不让孩子输在起跑线上(아이를 출발선에서 뒤처지게 하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다. 자녀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남들과 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교육을 하려는 부모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규제가 점점 빠르게 성장하는 사교육 시장에 맞서 중국의 과도한 교육열을 꺾고, 출산율 제고라는 성과를 맞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교육에 사형 선고 내린 중국 정부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의 경감에 관한 의견에 담긴 주요 내용은 강력한 사교육 규제로 학생들의 학업 부담 경감을 넘어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켜 심각하게 저하된 출산율을 높이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체육과 예술을 제외한 초··고 학생의 학과 수업 관련 사교육 기관을 모두 비영리 기구로 전환하고 신규 허가를 금지했다. 온라인 교육 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기존 업체는 조사를 거쳐 재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한, 사교육 기관의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조달 역시 금지되었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인민일보 조사 결과 약 7,000억 위안(124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해 중국 온라인 교육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급증한 4,858억 위안(88조 원)으로 크게 성장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부상하며 교육업계 전체의 부흥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사교육 규제 발표 이후 교육주가 급락하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알리바바(阿里巴巴),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으로 대표되는 빅테크 업계, 온라인 채용과 운수 업계 등의 연이은 철퇴로 이미 큰 충격을 입은 증시는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이런 예측 불가한 규제가 내년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굳히기 위한 행보라는 예측이 이어지면서 투자자의 중국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교육을 선택하는 부모의 속내

중국 랴오닝성 중학교 교사 A 씨는 데일리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사교육이 성행하게 된 이유를 경제 발전에 따른 생활 수준 제고로 꼽았다.

 

그는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인들의 경제, 생활 수준이 급격히 성장하였다. 중국 내에서 경제, 생활 수준이 안정화를 이룬 1990년대에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그 이후,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 업체, 중국 명문대를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 업체, 소수 정예 과외 등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사회가 발전하여 생활 조건이 충분히 개선되면, 사람들은 생존 이상의 가치들을 바라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생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교육을 통해 자신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그렇기에 부모가 자녀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을 말릴 수 없다.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호사일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다.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의무교육의 실시는 중국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더 나아가 사교육을 촉진시켰다.

 

학부모들은 모두가 한 걸음씩 전진하는 공교육과는 달리 사교육은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에게 비싼 돈을 들여 사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사교육을 통해 아이의 재능을 다방면으로 개발할 수 있고, 명문 대학 진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미래를 고려할 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사교육이 불러온 폐단, 업계부터 사회 전반까지

 

▲ 학세권 집을 원하는 학부모들을 풍자한 만화 <사진=网易 제공>  © 데일리차이나

 

사교육이 만연해지면서 고품질의 교육을 보장하지 못하는 공교육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사교육 성행이 가져다준 교육계의 작은 폐단은 어느새 다양한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지적받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세대들에게 포기를 학습시키는 사회 현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공교육의 추락과 가장의 부담

중국 교육부는 사교육이 교육부의 관련 준칙을 엄격히 따르지 않아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가장 대표적인 점은 공교육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습 성적과 기타 방면을 고려한 모집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사교육 자체 학생 모집 지침을 마련해 그에따라 학생을 선발하였다는 것이다이러다 보니 신입생 모집 기간마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학생 유치 경쟁이 벌어졌고 일부 사교육 단체는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불미스러운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에 더 나아가 매우 높은 사교육 비용은 일부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가져다주었다. 사교육 업계는 결국 그 모태가 기업이기에 제1 목적은 이윤 창출일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는 공교육 비용보다 2, 3배 높아 일부 가정에서는 큰 부담이 되는 지출이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거나 학업을 방치하면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인식이 높아져 울며 겨자 먹기로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사실상 사교육이 사회 인식에 의해 강요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세권과 사회주의 정신 위협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던 사교육 과열 현상은 가정과 교육계 영역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촉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부동산 문제이다.

 

교육과 부동산은 언뜻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단행한다. 서울에 강남 8학군으로 대표되는 학세권 동네가 존재하듯, 중국에도 베이징 시청구등으로 대표되는 쉐취팡(学区房)이 있다.

 

수도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 선전 등 모든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분포된 쉐취팡의 매매 가격과 월세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단인 '부의 대물림 현상'이 지금껏 중국 사회를 지탱해온 사회주의의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는 인식까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어촌 전형 지원을 위해 도시에 사는 학생이 농어촌에 거주하는 조부모의 집으로 주소를 이전하는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던 전례가 있듯이, 중국 역시 학군 편입 혹은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 이혼 사례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신랑재경(新浪财经)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시 당국은 이혼 일로부터 3년 이내에 부부 쌍방 모두 베이징 시내에서 주택을 살 수 없게 하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상하이, 항저우, 우한 등 대도시들 역시 속속 주택 구매 제한 조치를 내놓으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N포 세대의 재현, 탕핑주의

▲ 청년의 '탕핑주의'를 꾸짖는 모습 <사진=QQ 제공>  © 데일리차이나

 

중국 정부가 이번 규제로 해결하려 하는 핵심 문제는 출산율 저하이다. 풍부한 인적 자원을 자부심으로 세계 경제에 위력을 떨쳐온 중국이지만 여느 나라가 그러하듯 인구 고령화·감소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는 단 1,200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1961년 대기근(마오쩌둥 주석 집권 당시 식량 증진 위해 실시했던 참새 소탕 작전이 오히려 최악의 흉년을 초래해, 이로 인해 아사한 인원이 4천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건) 이후 최저치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지난 5월에는 세 자녀 정책까지 발표하였지만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셋째 아이를 원한다는 도시 가정 비율이 단 4%에 그쳤다.

 

6월 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출산에는 교육·주택·취업 등 종합적인 문제가 얽혀있다고 주장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글이 44,000만 회나 읽혔다.

 

이에 더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은데, 사회적 지원은 턱없이 모자라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면서 출산·교육·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하고 사교육 규제 카드를 먼저 빼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부터 급속도로 중국에 확산된 탕핑(躺平)주의때문이다.

 

탕핑이란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도하게 치열한 내부 경쟁과 취업을 위한 불필요한 고() 스펙 쌓기 경쟁으로 대표되는 네이줸(内卷,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과도 경쟁) 현상을 따라 치열하게 살아왔음에도 기본적 생활 조건을 해결하기 어려운 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년들이 급기야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극단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웨이보에 올라온 탕핑이 곧 정의라는 글로부터 급속도로 확산하며 유행어가 되었다. 이 청년은 경쟁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더이상 아등바등 살지 않겠다. 오직 탕핑만이 현자가 되는 길이고, 이를 위해 집··결혼·아이·소비를 포기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중 정부가 추진하는 열심히 노동해 얻은 소득을 소비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전통적 성장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에 신화통신·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는 탕핑은 부끄러운 일, 정의감은 어디에 있나라는 주제의 논평을 게재하고, 7월에 시행된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高考) 논술 시험 역시 유소작위’(有所作为,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성과를 취득하고 그에 맞게 영향력을 떨친다)가 논제로 등장하면서 중국 당국은 탕핑주의를 전면 비판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아직 탕핑주의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을 만큼 중국의 사회 이탈 인구의 가속화가 빠르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풍토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고있는 현재 상황이다. 지금의 아동·청소년 층이 이런 인식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 채 성장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

 

포기는 역설적으로 대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내포한다.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다면,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포기해버리겠다는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청년들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이를 언제 눈치채느냐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꿈꾸는 향후 100년의 미래가 달렸다.

 

 

시 주석이 3연임을 위해 꺼내든 강력한 카드인 사교육 규제는 언뜻 불평등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사교육 시장이 규제가 필요하긴 했다라는 인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그 목적을 달성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어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을 성공 도식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 하나뿐인 내 자식을 내 힘닿는 대로 지원해 성공 가도를 달리게 해주겠다는 마음을 단순한 규제로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가?

 

 

독서는 리더의 책임이라는 시 주석에게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문제 해결 방법을 풀어낸 책 “HOW TO 맥킨지 문제 해결의 기술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이 시종일관 전달하는 메세지는 단 하나다. “진짜 문제를 찾지 못하면, 진짜 문제 해결도 없다.” 중국 정부 역시 칼을 잠시 내려두고 펜을 들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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