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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물열전]도가(道家) 사상의 완성자, 장자(莊周)

서정욱 | 기사입력 2018/01/16 [16:21]

[역사인물열전]도가(道家) 사상의 완성자, 장자(莊周)

서정욱 | 입력 : 2018/01/16 [16:21]

하늘 이불, 땅 자리, 산 베개하고
달 촛불, 구름 병풍, 바다로 술 빚었네.
거연히 크게 취해 일어나 춤추나니
긴 소매 곤륜산에 왜 이리 걸리는고.
 
마음은 천하에 있으되 몸은 강호에 살았던 소요의 철학자, 중국 도가(道家) 사상의 완성자, 장자(莊周)에 대해 살펴보자.
 
 

▲ 장자_바이두     © 데일리차이나


생애

 
"10여 만 자나 되는 그의 저서는 대체로 우언(寓言)으로 되어 있는데, '어부(漁父)', '도척(盜跖)' 편 등을 지어 공자의 무리들을 비판하고 노자의 학설을 천명했다. 그의 언사는 거센 물결과 같이 자유분방해서 왕과 대부들에게는 훌륭한 인재로 평가 받지 못했다."
 
사기의 기록인데, 세속과 명리(名利)를 초월한 그는 초 위왕이 사신을 보내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자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그대는 교제(郊祭)를 지낼 때 제물로 바쳐지는 소를 보지 못했는가? 그 소는 몇 년 동안 사육되다 수놓은 옷이 입혀져 태묘(太廟)로 끌려 들어가는데, 그때 가서 하찮은 돼지가 되겠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가 있겠소?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구속당하지는 않을 것이오.”
 
결국 그는 평생을 부귀와 이익을 천시하고, 명리를 뒤좇는 사람을 비웃으며, 냉소적이고 허무한 삶을 살았는데, 이에 대해 소극적, 퇴폐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자유를 추구한 그의 진면목을 못 본 것이 아닐지··
 
무위자연(無爲自然)
 
"오리의 다리가 짧으나 길게 늘여주면 근심하고, 학의 다리가 길지만 잘라주면 슬퍼한다. 무릇 긴 것을 억지로 짧게 해서는 안 되며, 짧다고 해서 억지로 길게 해서도 안 된다."
 
자연은 내버려 둘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스스로 유지해 나가는 것, 결국 그가 말하는 무위자연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아닐지··
 
"천하에 꺼리고 피하고 못하게 하는 것이 많을수록 사람들의 생활은 더 가난해지고 법이 엄격하면 할수록 도적은 더 많아진다.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통치층이 세금을 많이 거두기 때문이며, 백성들을 다스리기 힘든 것은 지배층이 유위, 즉 억지로 강압적으로 다스리려 들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사상의 핵심 또한 '무위이치(無爲以治)'인데 이는 결국 민심의 향배와 궤를 같이 했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닐지··
 
인식론
 
"우리 두 사람이 싸워 당신이 나를 이겼다고 해서 당신이 옳은 것인가? 내가 당신을 이겼다 해서 내가 옳은 것인가? 두 사람 모두 옳을 수 있고, 두 사람 모두 틀릴 수 있다. 우리가 옳고 그른 것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시비에 의존할 수 있단 말인가."
 
만물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성질과 존재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사상은 필연적으로 인식의 객관적 표준을 부정하는 상대주의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데··
 
“인식론의 기초에 상대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절대적 회의론이나 불가지론, 궤변 내지는 주관주의라는 죄를 자기 스스로 선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레닌,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그의 상대주의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변화를 견지하고 절대화를 반대한 그 정신만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지··
 
인간은 미인을 보고 좋아하지만, 물고기는 물 밑으로 가라앉고, 새들은 높이 오르며, 사슴은 달아나 버린다는 그의 비유는 만물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진리를 잘 표현한 것이 아닐지··
 
존재론

 

▲ 호접몽_바이두     © 데일리차이나



“전에 나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것이 분명히 나비였다. 스스로 즐겁고 뜻대로라 나인 줄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 문득 깨어보니 분명히 나였다.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내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꿈도 현실도 죽음도 삶도 구별이 없는 것, 우리가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느끼고 하는 것은 한낱 만물의 변화에 불과한 것,
 
'제물론편(齊物論篇)'에 있는 이 유명한 '호접몽(胡蝶夢)'의 비유는 일체의 존재를 하나로 봐야 한다는 '만물일체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도가 사상의 핵심이 된다.
 
"한 사람으로서 저 여자는 본래 생명도 형체도 심지어 기(氣)조차 없었다네. 그 뒤 언제부터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점차 한데 섞여 기가 되고 형체가 되고 생명이 되어 생겨난 것이지. 지금 이 상황은 그저 생명이 죽음으로 변한 것뿐이라네. 마치 계절의 순환과 같다고나 할까."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을 때도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는데, 이 또한 결국 생과 사는 하나라는 그의 일체론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
 
마치며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 할 수 없다. 한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평생을 "뱁새가 황새의 뜻을 어찌 알랴!"는 신념으로 정신적 대자유를 추구한 장자,
 
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대부분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일부분만 본 것이고, 저 또한 뱁새에 불과하여 감히 그에 대한 평가는 생략하고 대신 그의 시 한 수를 소개한다.
 
해와 달로 등불 삼아 등불이 다함없고
건곤으로 집을 삼아 집이 가이 없어라.
이 몸은 간 곳마다 생애가 족하니
배고프면 솔꽃이요 목마르면 물 마시네.
봄에는 동해에서 남으로 가고
가을에는 서산에서 또 북으로 도네.
삼백 육십 일에 언제나 떠돌거니
어느 날에 내 고향 돌아갈거나.
 
공자와 맹자가 설파한 인의(仁義)와 예(禮)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무심(無心)’과 ‘무위(無爲)’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본성을 강조한 도가의 맹장 장자,
 
"음악소리는 피리건 종이건 모두 그 빈 곳(空虛)에서 나오고 있다. 사람의 마음도 비우지 않으면 참된 마음은 나오지 않는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인 것, 살다 보면 삶의 그릇에 물을 채워야 할 때가 있고, 비워야 할 때도 있는 것,
 
채움보다 비움의 미학을 깨닫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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