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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시 감상] 소동파(苏东坡)의 해당화(海棠花)

서정욱 | 기사입력 2017/12/18 [17:49]

[중국 고전시 감상] 소동파(苏东坡)의 해당화(海棠花)

서정욱 | 입력 : 2017/12/18 [17:49]

 

 

'花中神仙(화중신선)'

 

'꽃 중의 신선(神仙)이라는 뜻으로, 깨끗하고 고상(高尙)한 해당화(海棠花)를 이르는 말'

 

당나라 현종이 어느 봄날 즐겨 찾는 심향정이라는 정자에 올랐다.

 

정자에 앉아 화창한 봄의 정경을 혼자 즐기기가 아까운 생각이 든 현종, 평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던 왕비인 천하일색 양귀비를 속히 불러오라고 일렀다.

 

마침 술에 취해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던 양귀비, 황제의 부르심이라는 난데없는 말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술과 잠이 아직도 덜 깬 그녀는 다리가 후들거려 혼자의 힘으로 걸을 수가 없었고 간신히 시녀의 부축을 받고 황제 앞에 나아갔다.

 

양귀비의 백옥같이 흰 볼이 발가스레 홍조를 띠고 있는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현종, 양귀비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고?"

 

이때 양귀비 왈(曰) "해당화의 잠이 아직 덜 깼나이다."

 

"그래? 과연 그대는 해당화로다. 하하하"

 

황제는 양귀비의 재치 있는 대답에 파안대소를 했다.

 

이 때부터 해당화에는 '잠든 꽃' 즉 '수화(睡花)'라는 별명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기다림에 지친 여인의 한 맺힌 눈물이 꽃으로 변했다는 애틋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해당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랑수(樹)로 해변가에서 아침 이슬을 듬뿍 머금고 바다를 향해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해서 옛 부터 선비들로부터 사랑 받아 시나 그림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 해당화.


끝으로, 북송 최고 시인, 소동파(苏东坡)의 해당화에 대한 한시를 감상해 본다.

 

동풍은 살랑 살랑 달빛은 넘쳐나고
자욱한 향무(香霧) 속 달은 낭하로 돌아드네
밤 깊어 꽃 잠들어 떨어질까 두려워
촛불 높이 들어 해당화 꽃잎 비춰보네

 

東風嫋嫋泛崇光  香霧空濛月轉廊
只恐夜深花睡去  故燒高燭照紅妝 
(동풍뇨뇨범숭광 향무공몽월전랑
 지공야심화수거 고소고촉조홍장)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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