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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시 감상] 두보(杜甫)의 곡강이수(曲江二首)

서정욱 | 기사입력 2017/11/28 [11:15]

[중국 고전시 감상] 두보(杜甫)의 곡강이수(曲江二首)

서정욱 | 입력 : 2017/11/28 [11:15]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락)
何用浮榮絆此身(하용부영반차신)

 

한 조각 떨어지는 꽃잎에도 봄은 줄어드는데
만점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봄을 마음껏 보려고 하나 꽃잎은 눈을 스치고 지나가니
어찌 몸이 상할까 두렵다고  술을 마시지 않으리

강가 작은 정자에는 비취새가 둥지를 틀었고
부용원 뜰가 높은 이들 무덤에 기린 석상도 뒹구는구나
세상 이치를 따져 보건대 마땅히 즐거움을 따를지니
어찌 헛된 영화에 이 한몸 얽맬 필요가 있으랴

 

 


화려한 봄꽃 가운데서 인생의 허무와 서글픔을 노래한 두보(杜甫)의 '곡강이수(曲江二首)'를 감상해 보자.

 

이 시는 두보가 47세 때 지은 시인데 작은 벼슬자리를 얻어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때다.

 

그러나 관료생활이 두보의 체질에 맞을 수는 없는 것.

 

두보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일보다는 곡강으로 꽃구경을 다니며 술에 취한다.

 

곡강은 꽃으로 유명해서 봄이면 장안 시민들로 붐비는 장소였다고 한다.

 

화려한 봄꽃 가운데서 두보는 인생의 허무와 서글픔을 느낀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인생은 짧고 세상은 소란하고··

 

가난과 실패, 좌절의 연속인 두보의 '삶',

 

인생에 대한 슬픈 관조를 배경으로 세상에 지친 사람들을 따스한 온기로 위로해 주는 두보의 '시'를 읊조리다 보면 '찬란한 슬픔의 봄'이 느껴진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시편 103:15)

 

종교개혁의 지도자 마르틴 루터에 의해 '성서의 축소판'이라 불렸던 시편, 103장 15절의 말씀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시편, 총 150편의 시 중 73편의 시를 다윗 왕이 썼는데 이 시도 다윗왕의 시다.

 

꽃 심으면 안 필까 걱정하고, 꽃 피면 또 질까 걱정하는 우리네 인생,

 

피고 짐이 모두 시름겨우니 어찌 꽃 심는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인생사 뜻대로 되기보다는 일마다 일그러지기 일쑤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에는 놀러갈 약속 생기고, 개었을 때는 대부분 할 일 없이 지낸다. 배불러 상 물리면 맛있는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땐 술자리 벌어진다. 소위 머피의 법칙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그게 인생인 것을.

 

굳이 꽃 심는 즐거움을 알려고 하지 말고 시름을 시름으로 견디는 사람이 되길··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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