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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시 감상]국민시,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

서정욱 | 기사입력 2017/11/17 [18:15]

[중국 고전시 감상]국민시,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

서정욱 | 입력 : 2017/11/17 [18:15]

‘부시언지(賦詩言志)’, 시를 건네 마음의 뜻을 전하는 것,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라는 시를 한 편 감상해 보자.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눈부신 해는 산너머 떨어지고,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황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네.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다시 한층 누각을 오르노라.


중원에서는 호박 하나 위에 올라도 천리가 더 보인다고 하는데··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한 층을 오르는 화자의 웅대한 기개와 진취적인 기상이 잘 느껴지는지..

 

688년 진양(晉陽)에서 태어나 개원(開元, 현종) 초에 기주 형수현 주부(主簿)를 맡았지만 모함을 당해 관직을 버린 후 15년 동안 유랑한 왕지환,

 

그는 성격이 호방불기(豪放不羈)하여 항상 칼을 치며 구슬프게 시를 읊어 수많은 절창을 남겼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망실되어 '전당시(全唐詩)'에 '양주사(凉州詞)'와 '등관작루' 등 겨우 6수만 남아 있다.

 

무창의 황학루, 동정호의 악양루, 남창의 등왕각과 함께 중국 고대의 4대 누각으로 꼽히는 관작루,

 

▲ 登鸛雀樓(BAIDU)     © 데일리차이나

 

황새 서식지인 갈대숲에 세워져 '관작(鸛雀)'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누각은 산서성에 있는 3층 누각으로, 이 곳에서는 멀리 중조산과 황하가 내려다보여 예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문과 서화를 남긴 곳이다.

 

이 시는 모택동 주석이 항상 애송하였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 중국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당시(唐詩) 순위를 뽑을 때 이백, 두보 등 쟁쟁한 시인들의 시를 제치고 1등을 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국민시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시가 단순히 관작루에서 보는 절경을 나열하고 감상하는데 거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끝까지 바라보고자 하는 큰 포부와 그를 위해 한층 더 올라가고자 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노래한 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 기운 됨이 지극히 크고 강해서 그것을 올바로 길러 상하게 하는 일이 없으면 하늘과 땅 사이에 꽉 차게 되는 호연지기,

 

그 기운 됨이 의(義)와 도(道)를 함께 짝하게 되어 있어 의와 도가 없으면 그 기운은 그대로 시들어 없어지게 되는 호연지기,

 

결국 호연지기는 떳떳함에서 오는 용기인데, 떳떳함은 내 마음이 속삭이는 '올바름(義)'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얻을 수 있고, 올바름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 그 믿음은 자연스럽게 행동을 동반하게 된다.

 

높은 누각에 올라 해가 지고 강물이 흐르는 경치를 보며 서 있는 화자,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한 층을 오르는 화자,

 

"The gull sees farthest who flies highest."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보는 것,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항상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하는 사람이 되길··

 

會當凌絶頂(회당릉절정)                      
一覽衆山小(일람중산소)

 

두보의 '망악(望嶽)'의 싯귀처럼 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의 자그마함을 굽어보는 데일리차이나 독자가 되길··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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