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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칼럼]선우후락(先憂後樂) 지도자를 기대하며

서정욱 | 기사입력 2017/08/13 [10:54]

[서정욱 칼럼]선우후락(先憂後樂) 지도자를 기대하며

서정욱 | 입력 : 2017/08/13 [10:54]

“천하 사람들이 걱정하기 전에 먼저 걱정하고, 천하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한 뒤에 나중에 즐거워한다.”

 

"先天下之憂而憂(선천하지우이우)
後天下之樂而樂(후천하지락이락)"

 

주희가 유사 이래 천하 최고의 인물이라고 칭송한 북송(北宋) 때의 명재상 범중엄이 지은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오는 말이다.

 

▲ 范仲淹_baidu image     © 데일리차이나

 

 

악양루는 후난성과 후베이성의 경계가 되는 중국 제2의 호수 둥팅호(洞庭湖)에 자리하고 있다.

 

두보(杜甫)의 시로도 널리 알려진 악양루는 당나라 때부터 둥팅호와 양쯔강을 전망할 수 있는 웅대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또한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찾아와 예술혼을 불태우곤 했던 곳이다.

 

1045년 범중엄은 전면 개혁을 추진하다 기득권층과 충돌하면서 지방으로 좌천을 당하게 되었다.

 

이때 그의 친구 등자경도 마침 외직을 자원하여 파릉군 태수로 와 있었다.

 

등자경은 파릉군에 부임한 뒤 기존의 악양루를 크게 확장하는 보수 공사를 했는데, 이때 범중엄에게 글을 부탁함으로써 ‘악양루기’라는 불후의 명문이 나오게 된 것이다.

 

범중엄은 먼저 글의 서두에 악양루의 역사와 위치를 자세히 소개한 뒤, 송나라 사대부들이 황제와 함께 분치자(分治者)로서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열망을 표현했다.

 

이어지는 글의 내용을 살펴보자.

 

“옛날 인자(仁者)들은 사물 때문에 기뻐하지 아니하며 자기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다. 조정의 높은 지위에 있을 때는 오로지 백성의 노고를 걱정하고, 조정에서 물러나 있을 때는 오로지 나라 임금을 걱정하였다. 나아가도 물러나도 항시 근심과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언제 즐기냐고 묻는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천하의 근심보다 앞서 근심하고 천하의 즐김보다 나중에 즐긴다."

 

'不以物喜(불이물희) 不以己悲(불이기비)'

'사물 때문에 기뻐하지 아니하며 자기 때문에 슬퍼하지 아니한다.'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천하 사람들이 걱정하기 전에 먼저 걱정하고, 천하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한 뒤에 나중에 즐거워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지도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위나 명예, 부와 권력 등 사물 때문에 기뻐하지 아니하는 지도자가 얼마나 되는가?

 

우리의 지도자들 중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우국충정을 가진 지도자가 많은가? 아니면 '선락후우(先樂後憂)'의 간신 모리배들이 더 많은가?

 

'선우후락(先憂後樂)'

 

필자는 물론 이 말이 '지도자'에게만 해당되는 경구(警句)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깊이 명심해야 할 경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명색이 지도자라면 일반 사람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색이 조직의 머리인 지도자라면 팔, 다리인 일반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과 같은 생각, 같은 행동으로는 결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맹자(孟子), 양혜왕장(梁惠王章)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樂民之樂者(락민지락자)
백성의 즐거워함을 즐거워하면

民亦樂其樂(민역락기락)
백성 또한 그 즐거움을 즐거워한다.

憂民之憂者(우민지우자)
백성의 근심하는 바를 걱정해 주면

民亦憂其憂(민역우기우)
백성도 그 걱정을 같이 걱정한다.

樂以天下(락이천하)
천하와 더불어 즐거워하고

憂以天下(우이천하)
천하와 더불어 같이 근심하면

然而不王者(연이부왕자)
그러하고서도 왕 노릇을 못할 위인은

未之有之(미지유지)
아직 없었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은 못하더라도 명색이 지도자라면 최소한 '동우동락(同憂同樂)'은 해야 하지 않을지··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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