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징뉴스

[중국 고전시 감상] 두보(杜甫)의 가탄(可嘆)

서정욱 | 기사입력 2017/08/08 [10:45]

[중국 고전시 감상] 두보(杜甫)의 가탄(可嘆)

서정욱 | 입력 : 2017/08/08 [10:45]

 

'不炊之突生豈煙(불취지돌생기연)'

'There is no smoke without fire',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회자되는 속담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절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지만, 인생사 얼마든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 있으며, 반면 땐 굴뚝에도 연기가 안 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우리는 위 속담의 사용에 무엇보다 신중해야겠다.

 

이와 관련한 두보(杜甫)의 시 한 수 소개한다.

 

'可嘆(가탄)'이라는 시인데, 먼저 시의 배경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죠.

 

두보의 친구 중에 집안이 곤궁했지만 학식이 뛰어나고, 성품이 참되고, 품행이 단정한 왕계우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가난을 참지 못하여 결국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죠.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함에도 시시비비 왕계우를 비난했죠.

 

바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식의 헛소문에 입각한 비판이었죠.

 

이때 두보는 친구를 변호하기 위해 시 한 수를 짓죠.

 

天上浮雲似白衣(천상부운사백의)
저 하늘에 뜬 구름 흰 옷 같더니

斯須改幻爲蒼狗(사수개환위창구)
갑자기 검푸른 개 모양으로 변하였네

古往今來共一時(고왕금래공일시)
세상일이란 예나 지금이나 이와 같거늘

人生萬事無不有(인생만사무불유)
인생만사에 무슨 일인들 없겠는가

 

'백의창구(白衣蒼狗)', '흰 구름이 한 순간에 푸른 개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일이 급하게 잘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

 

결국 두보는 품행이 단정하고 성품이 참된 사람이 몹쓸 인간으로 몰리는 세태가 개탄스러웠던 것이죠.

 

翻手作雲覆手雨(번수작운복수우)
손바닥을 위로 펴면 구름이 되고 엎으면 비가 되나니

紛紛輕薄何須數(분분경박하수수)
이런 경박한 사람 어찌 이루 다 세리

君不見管鮑貧時交(군불견관포빈시교)
그대는 못보았는가, 관포의 가난할 때의 사귐을

此道今人棄如土(차도금인기여토)
그런 도리를 지금 사람은 흙덩이처럼 여기네

 

역시 그가 쓴 '貧交行(빈교행)'이라는 시인데, 이처럼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여긴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왕계우의 억울함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죠.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억울한 일 당한 사람이 있다면 너무 '비분강개(悲憤慷慨)' 말고 인생사 '백의창구(白衣蒼狗)'의 이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기를 바란다.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传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