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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시 감상] 백거이(白居易)의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

서정욱 | 기사입력 2017/08/03 [10:31]

[중국 고전시 감상] 백거이(白居易)의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

서정욱 | 입력 : 2017/08/03 [10:31]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 그렇게 즐겁다면, 벗을 먼 곳으로 떠나 보내는 마음은 과연 어떠할까?

 

 

멀리 있는 친구만큼 세상을 넓어 보이게 하는 것도 없는 것,

 

진정한 친구라면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죠.

 

벗과의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백거이(白居易)의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이라는 시를 한 수 감상해보자.

 

이백과 두보에 뒤이은 당나라 최고의 시인인 그의 자는 '낙천(樂天)',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인데··

 

그의 이름 '거이(居易)'는 '중용'의 '군자는 편안한 위치에 서서 천명을 기다린다(君子居易以俟命)'는 말에서 취했고,

 

그의 자 '낙천(樂天)'은 '주역'의 '천명을 즐기고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樂天知命故不憂)'는 말에서 취한 것이죠.

 

離離原上草(이이원상초)
무성하게 우거진 언덕 위의 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해마다 시들었다 다시 피어나네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들불이 다 태우지 못하니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봄바람 불면 또다시 돋아나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멀리 뻗은 방초는 옛길을 덮었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맑은 하늘의 푸른 빛은 황성에 닿았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또 다시 그대를 전송하여 보내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봄풀 우거진데 이별의 정만 가득하구나

 

中唐(중당) 최고의 시인으로 이백, 두보와 함께 당나라 3대 시인의 하나로 꼽히는 백거이,

 

초야에 묻힐 수도 있었던 그를 역사의 무대에 등장시킨 이 시는 그가 18세 때 쓴 작품으로 과거 시험의 예상 시제(詩題)를 주제로 지은 습작이다.

 

그는 이 시를 가지고 저작랑(著作郞)을 지냈던 당시 문단의 최고 명사 고황(顧況)을 찾아갔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는 어렵게 고황을 만나 시를 바치며 품평을 기다렸죠.

 

離離原上草(이이원상초)
무성하게 우거진 언덕 위의 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해마다 시들었다 다시 피어나네

 

첫 두 구를 읽은 고황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조소하는 말투로 이렇게 말하죠.

 

"이름이 거이(居易)라고 했던가? 장안의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이 실력으로 거하기가 쉽지 않을걸."

 

고황은 그의 이름을 이용하여 그를 희롱한 것이죠.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들불이 다 태우지 못하니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봄바람 불면 또다시 돋아나네

 

그러다가 고황은 위의 두 구절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태도가 180도 달라지죠.

 

"이 정도의 의지와 실력이 있다면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바로 중국 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구절의 하나로 꼽히는 명구죠.

 

'백거이'라는 이름 석자가 드디어 수도 장안의 유력 문사들, 아니 오늘 우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죠.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다.'


오랫동안 정든 친구와의 이별은 아쉽고 섭섭하겠죠.

 

그렇지만 들불에 완전히 다 타버린 것 같지만 봄바람이 불면 또다시 돋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의 봄풀처럼 언젠가는 재회의 즐거움도 누리겠죠.

 

'A friend is a second self', '친구는 제 2의 자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오늘 하루라도 멀리 있는 벗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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