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징뉴스

[중국 고전시 감상] 이백(李白)의 선성견두견화(宣城見杜鵑花)

서정욱 | 기사입력 2017/09/03 [17:33]

[중국 고전시 감상] 이백(李白)의 선성견두견화(宣城見杜鵑花)

서정욱 | 입력 : 2017/09/03 [17:33]

蜀國曾聞子規鳥(촉국증문자규조)
일찍이 촉나라에서 두견새 울음 들었는데

宣城還見杜鵑花(선성환견두견화)
선성에서 다시 진달래꽃을 보는구나

一叫一回腸一斷(일규일회장일단)
새 울고, 꽃 피고 질 때마다 애간장 끊어지니

三春三月憶三巴(삼춘삼월억삼파)
따뜻한 춘 삼월엔 삼파 땅이 그리워라


이백(李白)의 '宣城見杜鵑花(선성견두견화)', '선성에서 두견화를 보다'는 시다.

 

▲ 이백_바이두     © 데일리차이나

 

울음소리가 구슬퍼 한(恨)이나 슬픔의 정서를 표출하는 시가문학과 설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두견새의 유래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噫吁戲 危乎高哉(희우희 위호고재) 어허야아! 위태롭고도 높구나!

 

蜀道之難難於上靑天(촉도지난난어상청천)

촉나라 길은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다

蠶叢及魚鳧(잠총급어부)
잠총과 어부가

開國何茫然(개국하망연)
개국한 일은 아득하다

 

역시 이백의 '蜀道難(촉도난)'이란 시의 첫부분인데, 촉도란 쓰촨성(四川省)으로 가는 험한 길을 말한다.

 

고대의 촉나라는 사방이 산악으로 둘러싸인 큰 분지로, 중원 지역과는 교통이 여의치 않아 고립된 지세에 의지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촉(蜀)’이라는 글자는 누에의 모습에서 유래했는데, 촉을 처음 세운 왕도 '잠총(蠶叢)'이라는 누에를 잘 치는 사람이었다.

 

잠총 다음으로 '백관(栢灌)'과 '어부(魚鳧)'가 왕이 되었는데 이 두 사람의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위 세 명의 임금들 다음에 촉의 왕이 된 이가 '두우(杜宇)', 즉 '망제(望帝)'인데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두우가 촉을 다스린 지 백 여년쯤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 강물 위에 남자의 시체 한 구(具)가 떠내려 오고 있었다.

 

그런데 강변에 서서 시체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 남자의 시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 남자의 시체를 강물 속에서 건져냈더니 시체는 살아났다.

 

”저는 형(荊) 땅에 사는 별령(鱉靈)이라는 사람입니다. 실족하여 강물로 떨어졌습니다.”

 

망제는 이상한 사람이 강물을 따라서 떠내려 왔다는 소문을 듣고 신하를 시켜 그 사람을 데려오게 한다.

 

이후 망제는 그의 출중한 능력을 확인하고, 그를 촉국의 재상에 임명한다.

 

얼마 후 옥산(玉山)이라는 산이 물길을 막아 큰 홍수가 났다.

 

망제는 별령이 물에 익숙했던 사람임을 생각하고 그로 하여금 옥산을 뚫어 물길을 터놓도록 했다.

 

그런데 별령이 떠난 후 망제는 평소 마음에 두었던 별령의 아내를 유혹해 끝내 불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성경 속 '다윗과 바세바’ 같은 부적절한 러브 스토리.

 

이후 별령은 숱한 고난 끝에 옥산의 물길을 뚫어 홍수를 진정시키고, 백성들의 환호성 속에 개선장군처럼 수도로 귀환한다.

 

별령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 망제는 내심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고, 이에 별령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서산(西山)에 들어가 숨어 산다.

 

'망제두우화두견(望帝杜宇化杜鵑)'

 

그러나 숨어 산다 해서 자책이 없어지지 않는 것, 어느 날 홀연 그의 몸은 두견새로 변한다.

 

 

새로 변해 훨훨 날아 부끄러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 봄에 우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는 망제의 회한을 대변하듯 구슬펐다.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울어대는 두견새,

 

촉의 백성들은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래도 한때는 명군이었으나 한번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만 망제의 신세를 생각하고 슬픔에 잠겼다.


귀촉도, 자규, 접동새, 불여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그 애달픈 울음소리 때문에 한(恨)이나 슬픔의 정서를 표출하는 문학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두견새,

 

사실 두견새는 피를 토하면서 울지는 않는다.

 

단지 아래 위의 입천장이 피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입을 열면 입 안이 붉게 보일 뿐이다.

 

一叫一回腸一斷(일규일회장일단)
새 울고, 꽃 피고 질 때마다 애간장 끊어지니

 

그러나 산과 강이 온통 봄빛으로 가득한 밤,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정말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 만감이 교차한다.

 

특히 필자처럼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은 고향의 소리하면 낮에 우는 뻐꾸기와 밤에 우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결코 잊지 못한다.

 

"자신의 고향을 아름답다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미숙한 자다. 모든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이 바로 강인한 자다." (빅토르 위고)

 

그렇지만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이나 '주선(酒仙)'이라 불리는 저나 따뜻한 춘 삼월에 두견새 울음 소리를 들으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겠다.

 

시조 한 수 감상하고 마칠까 한다.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다.

 

이조년은 고려 중기 이장경의 아들로, 이백년, 이천년, 이만년, 이억년, 이조년 5형제의 막내이자, 고려말 권신 이인임의 조부다.

 

梨花(이화)에 月白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인제

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야 알랴마는

多情(다정)도 病(병)인 양하여 잠 못 드러하노라

 

훗날 이 시가 아름다운 한시로 번역된다.

 

梨花月白三更天(이화월백삼경천)
啼血聲聲怨杜鵑(제혈성성원두견)
盡覺多情原是病(진각다정원시병)
不關人事不成眠(불관인사불성면)

 

흐드러진 배꽃과 부서지는 달빛, 그리고 자규의 울음 소리··

 

'多情卻似總無情(다정각사총무정)'

 

다정도 지나치면 오히려 무정이 되는 것이 아닐지··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传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