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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시 감상]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촉상(蜀相)

서정욱 | 기사입력 2017/09/16 [17:20]

[중국 고전시 감상]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촉상(蜀相)

서정욱 | 입력 : 2017/09/16 [17:20]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승상의 사당이 어딘지 찾으니

錦官城外柏森森(금관성외백삼삼)
금관성 밖의 잣나무 숲이라네

映階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계단에 드리운 풀은 봄기운이 완연하고

隔葉黃鸝空好音(격엽황리공호음)
나뭇잎 사이로는 꾀꼬리 울음 울리네

三顧頻繁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세 번 찾아준 은혜에 천하삼분의 계책을 내고

兩朝開濟老臣心(양조개제노신심)
두 대를 정성껏 섬긴 늙은 신하의 마음이여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출사하여 이기기 전에 몸이 먼저 가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누만금)
후세의 영웅들은 옷깃을 적시네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촉상(蜀相)'이라는 시다.

 

이 시는 두보가 제갈량의 사당을 찾아 그의 높은 충절과 의리를 추모하는 내용으로, 촉상은 촉한의 재상, 즉 제갈량을 말하는 것이다.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명을 받고 그의 천하 경략을 돕기 위해 온 힘을 쏟기로 결심한 제갈량,

 

"鞠躬盡瘁 死而後已(국궁진췌 사이후이)"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며 죽은 후에야 그만둔다"
 
그는 유비가 죽고 그의 아들 유선에게도 변함없는 충의를 다하였다.

 

▲ 영화 '적벽대전'     © 데일리차이나

 

“선제(先帝)께서는 한나라를 찬탈한 역적과 같은 하늘 아래 설 수 없고, 천하의 한 모퉁이를 차지했음에 만족해 앉아만 있을 수 없다 여기시어, 신에게 역적을 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현명하신 선제께서는 신의 재주를 헤아리시어, 신이 역적을 칠 재주는 모자라고 적은 강함을 아셨습니다. 그러나 역적을 치지 않으면 왕업 역시 망할 것이니, 어찌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리까. 그리하여 제게 정벌의 사명을 맡기시고 의심치 아니하셨습니다. 신은 사명을 받은 날부터 자리에 누워도 편안할 수 없었고, 밥을 먹어도 맛을 알 수 없었습니다. 신은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죽은 후에야 그만둘 것입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이로울지 해로울지에 대해서는 지금 미리 내다보지 못합니다.”

 

그가 1차 북벌에서 실패한 후, 전세를 재정비한 후에 후주(後主)인 유선에게 올린 두 번째 출사표인데, 예로부터 이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는 충신이 아니라고 한다.

 

불세출의 대전략가이자 명재상이었던 제갈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애석하고 비통하기 그지없는 죽음으로 끝나는 불운의 영웅 제갈량,

 

그를 볼 때마다 필자는 과연 진정한 책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되묻게 된다.

 

'신출귀몰한 전략과 기발한 모략'

 

책사의 주요 조건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편단심의 변함없는 충절이야말로 책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제갈량이 아무리 불세출의 대전략가일지라도 조조와 손권, 유비 사이를 왔다 갔다 하였다면 과연 오늘날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謀事在人(모사재인), 成事在天(성사재천)"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그의 말처럼 승패로 영웅을 논할 수는 없고, 능력으로 진정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아무리 현 세태가 눈앞의 이익을 탐하는 혼란스러운 세상이 되고, 도덕이 조소 받고 힘이 정의가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소위 제갈량 같은 지략을 자랑하면서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책사들을 보면 정말 역겨움이 든다.

 

제갈량과 같은 이룰 수 없는 꿈을 지향한 순수한 바보, 멋지게 실패한 영웅이 정말 그립다.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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