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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시 감상]양명학 창시자, 왕수인(王守仁)의 산중제시생(山中諸示生)

서정욱 | 기사입력 2017/09/11 [16:38]

[중국 고전시 감상]양명학 창시자, 왕수인(王守仁)의 산중제시생(山中諸示生)

서정욱 | 입력 : 2017/09/11 [16:38]

溪邊坐流水(계변좌유수)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나니

水流心共閒(수류심공한)
물이 흘러감에 마음도 같이 한가롭다

不知山月上(부지산월상)
산 위에 달이 떠오르는 것도 몰랐는데

松影落衣斑(송영낙의반)
솔 그림자 떨어져 옷 위에 얼룩지네

 

"마음이 곧 이치"라는 "심즉리(心卽理)"와 "앎과 행함이 하나"라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주장한 양명학(陽明學)의 창시자 왕수인(王守仁)의 "山中諸示生(산중제시생, 산 속에서 제자들에게 주다)"이라는 시다.

 

이 시는 자신의 깨달음을 함축해서 제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다음의 일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볼까 한다.

 

▲ 왕수인_baidu     © 데일리차이나

 

 

어떤 이가 남진(南鎭) 땅에서 바위 위에 핀 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저 꽃은 스스로 피고 스스로 떨어지니 우리 마음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입니까?”

 

이때 그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당신이 이 꽃을 보지 못했을 때는 이 꽃은 당신의 마음과 함께 고요했다. 그러나 당신이 와서 이 꽃을 보았을 때 이 꽃은 빛깔이 분명하게 되었다. 이 꽃은 당신의 마음 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사람에게 의식되지 않을 때 그 꽃은 고요히 그대로 있지만, 사람이 의식했을 때 비로소 아름답다, 청순하다, 빨갛다 등의 평가와 판단으로 인하여 꽃은 꽃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不知山月上(부지산월상)
산 위에 달이 떠오르는 것도 몰랐는데

松影落衣斑(송영낙의반)
솔 그림자 떨어져 옷 위에 얼룩지네

 

저 산 위에 떠있는 달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에게 의식되지 않을 때 그 달은 고요히 그대로 있지만, 사람이 의식했을 때 비로소 은은하다, 희부옇다, 어슴푸레하다 등의 평가와 판단으로 인하여 달은 달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은 인간의 의식과의 관계에서 그 가치가 주어지고 세계질서에 참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마음 외에 사물은 없다’는 심즉리(心卽理)의 근본 뜻이 아닐까?

 

하늘의 이치란 마음에 본래 들어 있는 것이니, 따로 마음 밖에서 배움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본래 가지고 태어난 지혜인 '양지(良知)'를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고 주장한 왕수인,

 

그의 사상은 성즉리(性卽理)의 전통 주자학 사상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한동안 사학(邪學)으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우리의 지식과 실천은 본래 합치되어 있다는 그의 "지행합일" 사상은 오늘날 새롭게 음미할 필요가 있지 않을지··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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