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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물열전]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파이, 서시(西施)

서정욱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2/27 [12:56]

[역사인물열전]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파이, 서시(西施)

서정욱 변호사 | 입력 : 2018/02/27 [12:56]

水光瀲灩晴方好(수광염렴청방호)      
물빛 반짝이고 사방 맑으니 보기 더욱 좋고

山色空濛雨亦奇(산색공몽우역기)      
산색 희뿌여니 비 온 뒤도 빼어나구나.

欲把西湖比西子(욕파서호비서자)      
서호를 서시와 비교해 본다면

淡妝濃抹悤相宜(담장농말총상의)      
옅은 화장 짙은 치장 모두 서로 어울리네.

 

중국 북송 때 소동파가 지은 '飮湖上(음호상) 初晴後雨(초청후우)', 즉 '맑다가 비온 후 서호에서 한 잔 하면서'라는 시다.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파이, 중국 4대 미인(서시, 초선, 왕소군, 양귀비)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서시(西施)에 대해 살펴보자.

 

 

▲ 중국 4대 미인(서시, 초선, 왕소군, 양귀비)_바이두 이미지     © 데일리차이나



서시빈목(西施嚬目)
 
춘추시대 말엽인 기원전 506년경 월나라 절강성 회계에서 태어난 서시, 본명은 시이광(施夷光)인데, 그녀 일가가 살았던 곳이 서쪽 마을이었기 때문에 '서쪽 마을에 사는 시씨 아이'란 뜻으로 서시라 불리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나무를 해 땔감을 팔았으며, 어머니는 길쌈을 매었는데, 결국 그녀는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주 궁벽한 산간 마을에서 세상과 괴리된 삶을 살아가던 순박한 산골소녀였다.

 

장자 ‘천운편(天運篇)’에 따르면 그녀는 원래 심장병이 있어 가슴을 움켜쥐고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많은 여인들이 흉내 내었다고 한다.

 

바로 '서시빈목(西施嚬目)'의 고사인데, 분수를 모르고 무조건 남을 따라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다.

 

한편 서시는 왕소군, 초선, 양귀비 등과 함께 보통 중국 4대 미인으로 꼽히는데 그녀가 호숫가에서 빨래를 할 때면 물위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 앉았다 하여  '침어(浸魚)'라는 별명으로 불리다.
 
와신상담(臥薪嘗膽)

 

▲ 서시_바이두 이미지     © 데일리차이나



섶(장작)에 눕고 쓸개를 씹는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이르는 말,

 

당시 월나라는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대패하여 월왕 구천은 인질로 잡혀가 온갖 치욕을 당한다.

 

"오나라의 군신이 보는 앞에서 오왕의 대소변을 맛보십시오. 그리고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오왕께서는 곧 나으실 것이니 염려 놓으시라고 말하십시오. 며칠 후 오왕이 쾌차하면 틀림없이 주군을 신뢰하고 좋은 소식을 내릴 것입니다."
 
범려의 계략대로 오왕의 대변을 맛본 구천은 결국 월나라로 돌아오게 되는데 바로 똥 맛을 보고 신뢰를 얻는다는 '상분득신(嘗糞得信)'의 고사다.

 

한편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당장 오나라를 칠 준비에 착수하는데, 이때 문종이 제시한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로, 여자를 좋아하는 부차의 성품을 이용해 미녀를 바쳐 정사를 소홀히 하게 하고 월나라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만들자는 작전이었다.

 

이에 범려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미인들을 찾는데, 그러던 중 저라산에 이르러 서시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범려는 그 자리에서 서시를 미인계 스파이의 주인공으로 낙점하게 된다.

 

그 후 춤과 노래, 남자를 유혹하는 기교 및 정보를 캐내는 방법 등 스파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갖추도록 3년 동안 특별훈련을 받은 서시는 손짓 하나만으로도 남자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일부 기록에는 이 기간 동안 서시와 범려가 서로 사랑하여 아들을 한 명 낳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플라토닉 러브'는 몰라도 국가 대사를 앞두고 '피지컬 릴레이션'까지 갔다고 보기는 도저히 어려울 듯··

 

오자서

 

원래 초나라의 대부로 부친과 형이 살해당하자 오왕 합려를 섬겨 초나라를 함락시킨 후 초 평왕의 시신에 채찍질을 300번 하여 복수함으로써 '굴묘편시(掘墓鞭屍)'라는 고사성어를 남긴 오나라의 충신,

 

“현명한 재사는 나라의 보배요, 아름다운 미녀는 나라의 재앙입니다. 하 왕조의 말희, 은 왕조의 달기, 주 왕조의 포사 등은 경국지색으로, 이들 모두 왕조 멸망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여자를 좋아했던 부차는 서시의 미모와 교태에 한눈에 반하여, 그녀를 멀리해야 한다는 오자서의 충언을 귓전으로 흘린 채 그녀를 후궁으로 들인다.

 

부차는 그녀를 위해 호화로운 궁궐과 누각을 지었고, 밤낮으로 주색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였는데 이에 따라 백성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온 나라에 쇠락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부차의 실정으로 이미 오나라의 국력은 나약해 질 대로 나약해 진 상태였지만 월나라의 정복 계획을 가로막는 존재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오자서였다.

 

결국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는 것,

 

서시는 베갯머리 송사(訟事)를 통해 백비와 함께 그가 모반하려 한다며 죄를 뒤집어씌우고, 이에 부차는 그에게 자결을 명한다.

 

"나의 묘 위에 반드시 가래나무(梓)를 심어 관재(棺材)로 삼도록 하라. 그리고 내 눈알을 도려내어 오나라 동문 위에 걸어두어 월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라.”

 

그의 유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현실이 된다. 

 

토사구팽(兎死狗烹) 

 

기원전 482년 구천은 드디어 대군를 이끌고 오나라를 공격한다.

 

사로잡힌 부차는 팅허(定河)에서 여생을 보내도록 배려되었으나, 굴욕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자결하는데 '"죽어서 오자서를 볼 낮이 없다"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죽는다.
 
구천이 부차를 죽이고 오를 멸할 수 있게 된 것은 탁월한 정치가이자 지략가인 범려 때문인데, 이에 구천은 그에게 최고의 지위인 상장군을 제수하나 범려는 이를 거절하고 "최절정에 있는 군주 밑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고 하면서 잠적한다.
 
“날던 새가 다 없어지면 좋은 활은 쓸 데 없게 되고(飛鳥盡 良弓藏), 교활한 토끼가 다 죽어 없어지면 사냥개는 솥에서 삶아지게 된다(狡兎死走狗烹).”

 

범려가 동료인 문종에게 경고한 내용인데 그는 끝내 듣지 않고 월에 남아 있다가 결국 팽된다.
 
뒷이야기

 

이후 범려는 제나라에 정착하여 이름을 치이자피(鴟夷子皮, 말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로 바꾸고, 목축업을 하여 천금을 벌어들이는 탁월한 이재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춘추시대의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당대인들은 이로 인해 그를 '도주공(陶朱公)'이라고 존칭했으며, 사마천도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그의 이재에 관해 별도의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다.

 

한편 서시의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오(吴)가 멸망한 후에 구천의 부인이 서시의 미모를 보고 구천이 그녀를 좋아하게 될까 두려워 오나라 사람들에게 서시가 나라를 멸망케 한 요부라고 말하여 그녀를 자루에 넣어 강물에 빠트려 죽게 하였다는 것.

 

후에 강에서 조개가 발견 되었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것이 서시의 혀라고 하여 이로 인해 조개가 서시의 혀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서시와 범려가 사랑에 빠져 범려가 밤중에 서시를 데리고 사라졌으며 타이호(太湖)에서 세상을 피해 여생을 보냈다는 이야기이다.

 

이 설은 두목의, "서자가 고소대서 내려와(西子下姑蘇) 배 타고 치이를 따랐네(一舸逐鴟夷)"라는 시구에서 나왔는데 모든 기록을 종합해볼 때 명백한 오류인 듯··

 

"오기(吳起)가 수레에 찢긴 것은 공(功)이 높았기 때문이고, 서시가 강물에 던져진 것은 얼굴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오월(吳越) 시대와 가까운 '묵자(墨子)'의 기록이다.

 

"오나라가 멸망한 뒤에 월나라에서 서시를 강물에 띄워서 치이(오자서)를 따라 일생을 마치도록 했다."

 

'오월춘추(吳越春秋)'의 기록이다.

 

결국 오자서는 치이, 즉 말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담겨 강물에 버려졌고 서시 또한 오자서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강물에 버려진 것인데 두목이 범려의 새로운 이름 '치이자피'와 착오(?)를 한 것이다.

 

남자들의 음모에 희생당한 비련의 여인 서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만고의 충신 서시,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죽고, 여자는 자기를 예뻐해 주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하는 것,

 

애국심 하나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위해 7년여를 화장을 했을 그녀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아프다. (물론 서시는 화장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똑같은 미인이었지만)

 

아름다운 미모로 유럽의 사교계를 오가면서 정보를 캐내다 이중 스파이로 몰려 알몸으로 총살당한 팜므파탈의 대명사 마타 하리보다 2,500년이나 앞선 역사상 최초의 미녀 스파이 서시,

 

길이 길이 빛날 그녀의 꽃다운 영혼에 감히 부족한 이 글을 바친다.

 

글·서정욱 변호사(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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