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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깊은 漢字] 수작(酬酢)

심의용 작가 | 기사입력 2017/09/02 [16:31]

[속깊은 漢字] 수작(酬酢)

심의용 작가 | 입력 : 2017/09/02 [16:31]

개수작 떨지 말라는 소리,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이다. 사람들의 직감은 단순한 추리조차 거치지 않더라도 온전히 직관적이되 온당한 측면이 있다. 어떨 때 수작이 ‘개’라는 접두어가 붙는 행위가 될까? 네이버에게 물어보니, 개수작은 “턱없이 둘러대는 말 또는 음흉한 심보가 뻔히 보이는 말이나 행동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수작은 “남의 말이나 행동을 하찮고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 이르는 말”이다. 아니다. 수작의 고전적 어원은 꼭 그러하지 않다. 

 

 

수작(酬酌)이란 말은 ‘수작(酬酢)’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 두 말은 통용되는 면이 있다. 중국 진(秦)나라 재상(宰相) 이사(李斯)가 소전(小篆)으로 기록 한자서(字書)로 알려진 「창일편(倉頡篇)」에서는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권하여 건배하는 것을 주(酬)라 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보답하여 건배하는 것을 작(酢)이라고(主答客曰酬,客報主人曰酢) 했다. 좋은 뜻이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공경의 뜻을 표하면서 술을 주고 받는 행위를 일컬어 수작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에서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하는 예의의 형식이며 행위였다.


좀 더 추상적인 말은 '주역' 「계사전」에 나온다.


“'주역'은 도를 드러내고 덕행을 신묘하게 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모든 사물과 수작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신적인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顯道神德行, 是故可與酬酢, 可與祐神矣.)


'주역'에 달통한 사람의 수작은 신적인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작이란 사람들, 사물들, 일들, 상황의 변화에 응대하고 응답하는 일이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조율(attune)하는 일이다. 조율(調律)이란 악기의 음을 일정한 표준음에 맞도록 고르는 일이다.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다. 우주의 소리에 주파수를 맞추니 신적인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작이 수작을 일으켜서 우주의 공명(resonance)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어떠할 때 수작은 개수작이 되는가? 두 가지다. 주인이 권하지도 않았는데 손님이 먼저 나서서 술병의 주권을 휘두르는 객기(客氣)이다. 국민이 권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주권을 행사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주의 소리에 혹은 민심의 소리에 주파수를 맞추며 조율하지도 않으면서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느니 어쩌느니 객쩍은 소리만 늘어놓는 일이다.


이러한 개수작은 신적인 것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인간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진돗개라는 생명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작은 부려야 한다. 허나 개수작만은 제발, 작작 좀 피우자.     

 

글·심의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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