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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깊은 漢字] 리(理)와 결

심의용 작가 | 기사입력 2017/10/01 [16:19]

[속깊은 漢字] 리(理)와 결

심의용 작가 | 입력 : 2017/10/01 [16:19]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결을 아는 사람과 결을 모르는 사람. 결을 모르는 사람은 숨결이 거칠다. 결을 아는 사람은 물론 숨결이 부드럽다. 모든 사물에는 결이 있다. 결을 따라 사물을 다루면 쉽게 다룰 수 있지만 결을 거슬려서 사물을 다루면 힘들다.


어느 날 아침 숙취를 해결하고자 라면을 끓이려고 했다. 물이 부글부글 끓고 나는 라면봉지를 뜯으려 했는데 뜯어지지 않는다. 두 손을 마주 잡고 더 힘껏 당겨본다. 뜯어지지 않는다. 화가 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라면물의 요동만큼이나 성이 난다.


아내는 한심하다는 듯 다가와 라면봉지 끝을 살짝 잡고 종이를 뜯듯 간단히 뜯는다. 라면봉지를 유심히 보면 봉지 끝에 톱니바퀴 모양이 있는데 그 부분을 뜯으면 쉽게 뜯어진다. 결을 모르는 사람은 성내면서 일을 막무가내로 처리하고 결을 아는 사람은 여유를 가지고 일을 손쉽게 처리한다.


리(理)라는 말은 원래 옥의 결을 의미한다. 물리(物理), 심리(心理), 생리(生理), 조리(條理). 우리의 언어 속에 담겨있는 리(理)와 관련된 말들은 모두 특정한 영역에서의 이치를 의미한다. 삶은 수많은 결들로 이루어져 있다. 결을 몰라서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이 결을 무시하면 숨결이 거칠어지고 머릿결이 푸석해지면서 마음결이 혼탁해진다.


철부지란 말이 있다. 철부지란 사리(事理)를 분간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말한다. 어원적으로 본다면 철부지란 절부지(節不知)이다. 절부지란 절(節)을 모른다는 의미이다. 절(節)의 기본적인 의미는 대나무의 마디이다. 어떤 사물이건 어떤 일이건 마디와 결이 있게 마련이다. 마디를 거치고 결을 따르는 것이 순리다. 


그런 의미에서 순리대로 사는 것은 현실적 시세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비굴하고 기회주의적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한다. 합당한 이치에 따라 사는 것이다. 이제 순리대로 흘러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흔히 조선조를 지배했던 이념인 성리학의 토대를 만든 북송 시대 정이천이란 사람이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비분강개하여 죽는 일은 쉽지만 의연하게 자신에게 마땅한 의리(義理)를 따르는 일은 어렵다.(感慨殺身者易, 從容就義者爲難.)


의리(義理)란 조폭이나 남자들 사이에서 지켜야할 약속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이다. 살면서 지키고 행해야할 마땅한 마음결들이 있다. 그런데 의리를 강조하는 정이천은 과부의 재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과부가 굶어죽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절개를 잃는 것은 큰일이다.(然餓死事極小, 失節事極大.)


미칠 노릇이다. 절이란 리이며 과부에게서 절개란 정도를 의미한다. 절개를 지키는 것이 목숨보다 중요하다. 과부가 정조를 지키는 것이 굶어죽는 일보다 큰 일이라는 도덕관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의리란 어떤 것일까? 이것이 사람의 마음결이란 말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마음의 결이 아니다. 차라리 철부지로 사는 것이 나을 듯하다. 


글·심의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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