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선배와 함께 식사를 할 때였다. 그는 음식의 영양 성분과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몸의 효과 등 박식한 지식을 바탕으로 음식을 평가했다.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 놀라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펐다.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 아닌가. 음식에 관해 많이 안다는 것은 그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이고, 그것은 관리해야할 병이 있다는 말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건강을 해쳤을 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공부를 시작한다. 음식을 고르고 영양분을 분석하고 신체의 기능에 대해서 학습한다. 분석하고 학습할 뿐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는 식생활을 실천한다.
선배의 음식공부는 자신의 통증으로부터 출발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행복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왜 따로 공부까지 하겠는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부를 한다. 머리 아픈 사람들이 약을 구하는 법이다. 병이 없다면 약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서글픈 일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의학에는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이 있다. 서양의학적인 검사로는 몸의 특별한 이상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형태의 자각증상을 가지고 있는 반 건강상태를 말한다. 특정질환을 진단받은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상태라고도 말할 수 없는 질병과 건강의 중간상태를 말한다. 완전한 건강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병 상태도 아닌 제3의 상태이다.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건강에 대한 문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어쩌면 미병의 상태이어야 오히려 더 건강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라는 착각을 끊임없이 생산하기보다는 병에 대한 논쟁과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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